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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보호하면 더 큰 자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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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보호하면 더 큰 자원 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숲·③ 일본 산촌

일본 산촌은 국토면적 4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나, 살고 있는 인구는 4% 정도인 490만 명에 불과하다. 특히 65세 넘는 고령화 비율이 20%로, 전국 평균 12%보다 훨씬 높은데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산촌에 대해 국토의 보전, 수원 함양, 자연 환경의 보전, 좋은 경관 형성, 문화 전승 같은 부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하여 산촌의 자립을 돕는 발전과 주민 복지 향상, 지역 사이 교류 촉진을 통해 산촌 정주를 늘리고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노력하며, 지역 격차를 바로잡아 산촌이 전체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정책과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일본 구주지역 미야자키현 아야정(綾町)과 북해도지역 시모카와정(下川町)을 사례로 일본 사람들이 지역 산림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기농업과 상록활엽수 숲을 활용한 생태관광 마을 아야정

아야정은 일본 구주 미야자키현(宮崎県) 중서부, 인구 약 7300명(2010년 기준)의 농산촌지역이다. '유기농업의 마을' '난대활엽수림 마을'을 표어로 삼고 있는데, 마을 부흥의 성공 사례로 알려졌다. 자연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다. 중심 산업은 농업이지만, 유기농업(아야정에서는 자연 생태계 농업이라고도 한다)을 특화 산업으로 추진해 청정 축산물과 희귀 고급 농산물들을 공급하고 있다.

▲ 시모카와정은 공유림 경영 사례를 만들기 위해 해마다 50ha씩 60년 주기로 벌채하고 조림하는 순환형 산림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안기완

이 지역 볼거리는 국정공원 상록활엽수림 가교, 아야성(城), 말 공원, 전망대, 캠프장, 풀장, 공방과 판매장같이 다양하다. 여기에 먹거리(綾の里/郷土料理), 맑은 물을 이용한 맥주, 일본 술을 만드는 공장과 체험이 가능한 판매장(酒泉の杜 綾温泉)도 있다. 가장 활발한 것은 상록활엽수림의 자연 숲을 활용한 염색 공예, 지역 목재를 활용하는 목공예, 지역 흙을 사용한 도예, 자연을 배경으로 한 유리 공예 같은 다양한 수공예 체험과 상품들이다. 이를 연계한 생태관광은 매력 있는 상품이다. 일본이 말하는 순환경제 개념, 먹거리와 더불어 판매가 이뤄지는 소비개념인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볼 수 있는 대표 지역이다.

아야정은 '친환경농업을 하는 마을(町)'이라고 할 정도로 친환경 유기농업에 철저하다. 그 근원은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질 퇴비에서 비롯한다. 아야정은 전체 약 2700세대 가운데 중심지에 있는 500세대 음식쓰레기를 수거해 처리장에 보낸다. 중심가에서 떨어져 있는 촌락은 대부분 농가로,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사용하므로 수거할 필요가 없다. 음식쓰레기만으로 퇴비를 만들면 품질이 떨어지므로 축산폐기물과 혼합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한다. 농축산업 폐기물, 볏짚과 왕겨는 우사나 돈사의 깔개로 쓰며 야채나 과일 찌꺼기는 밭의 퇴비로 사용해 농축산업 유기물질이 모두 자연에서 순환되도록 한다. 생활에서 나오는 유기물질을 자연오염 없이 순화되도록 철저히 관리하며, 만들어진 유기질 비료를 농가에 값싸게 공급한다.

이런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덕분에 아야정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임산물은 전국에서 잘 알려져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횟수에 따라 금·은·동 친환경 표시를 하는데, 금 표시가 붙은 아야정 친환경 농·임산물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무척 높다. 환경과 건강을 유기농·임산물과 연계해 마을 경제 활성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야정 시책은 우리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 아야정 친환경 농·임산물 판매 가게.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덕분에 아야정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임산물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기완

또 하나, 아야정의 대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상록활엽수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아야정의 현재 숲 이야기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도 경제성장기인 1967년, 상록활엽수림 민유림 1100헥타르(ha)에 대한 벌채계획이 당시의 정장(町長)인 고오다 미노루에게 통보됐다. 의회도 고용증대 측면에서 다수가 찬성했지만 미노루 정장은 "고용증대 효과는 금방 끝난다. 벌채가 끝나면 아야정에 무엇이 남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주민 90%의 반대서명을 모아 현 의회와 농림수산 장관에게 난대림 산림자원에 대한 보호를 직접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1970년부터 국립공원 지정, 1974년 '아야정의 자연을 보호하는 조례' 제정, 1982년 3002ha 국립공원 추가지정, 1983년 아야정 헌장 제정, 1985년 상록활엽수림(照葉樹林) 도시선언, 1988년 '자연생태계 농업추진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먼 미래를 내다본 한 사람의 행동이 지금 아야정 마을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주 소득원이 되어 준 아름다운 숲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 마을 시모카와정

일본 북해도 북부지역에 위치한 시모카와정은 644제곱킬로미터(㎢) 크기에 약 3426명(2014년 기준)이 살고 있는 산촌지역 마을이다. 이전에는 농림업과 광업(三菱계 동광, 금광)으로 번창해 한창때인 1960년에는 인구가 1만 5555명에 이르렀지만,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인구가 줄었다. 지금은 낙농업이 활발하고, 벼농사 북쪽 한계 지대에 가까워 대부분의 논이 밭으로 변했다. 주요 농산물은 주스용 토마토, 완두콩을 비롯한 야채와 밀, 메밀, 찹쌀 같은 것들이다.

시모카와정이 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한 정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표 정책은 '지구온난화 대응은 지역에서 실천'이라는 표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지역재생계획, 환경모델 도시, 환경미래 도시, 종합특별구역, 바이오매스 타운 구축 사업이다. 시모카와정 면적 약 90퍼센트가 산림인데, 그 가운데 80%가량이 국유림이다.

시모카와정은 공유림 경영 사례를 만들기 위해 2003년 4300ha 넘는 산림을 구매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50ha씩 60년을 주기로 벌채하고 조림하는 순환형 산림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국유림과 시모카와정이 소유한 산림에 대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에 대한 인증(FSM)을 취득했으며, 더불어 관공서와 소방서, 문화센터, 유치원 같은 지역 내 공공시설 난방은 등유 대신 바이오매스(펠렛, pellet) 보일러를 도입해 목질계 에너지를 쓰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과 등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 절감 같이 산림 바이오매스를 이용·활용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공공온천인 '오미온천'은 2005년 에너지 체계를 바꿔, 북해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목질 바이오매스 보일러를 도입한 곳이다.

목재 말고도 전나무와 자작나무 잎에서 오일을 뽑아내 새로운 방식의 임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자원을 안정되게 확보하려고 목질계 바이오매스 에너지 공급원으로 속성수인 버드나무를 심는 계획, 폐식용유를 모아 디젤 연료로 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볏짚과 왕겨 같은 농작물찌꺼기의 이용, 산림에서 가지치기로 발생한 잔가지나 가로수 전정가지에 대한 활용, 탄소 상쇄제도 운용, 이산화탄소 절감 콘테스트, 산림 환경교육, 환경 공생형 주택 도입 같이 산림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시책을 추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만났던 시모카와정장은 "시모카와정은 북해도에서도 아주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시골이지만 우리는 산림이라는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산림에서 나오는 자원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중요한 자원이다. 미래 후손을 위해 지금 당장의 쾌적성을 추구한 산림개발로 사람을 유치하려는 정책보다는 자연환경을 동경하여 시모카와정으로 들어오도록 그 기반을 제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 2012 세계산림자원평가보고서. 산림청·임업진흥연구원 홈페이지 자료. ⓒ작은것이아름답다

인류 문명은 나무를 베는 도끼 소리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무를 다 베어 버리고 도끼 소리가 그칠 때 그 문명도 사라졌다. 위대했던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황하 문명이 모두 멸망해 모래 속에 묻혀 버린 것은 이 문명들이 산림을 지배하고 이용만 추구했을 뿐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지혜가 없었고, 숲을 가꾸는 지식도 기술도 없었기 때문이다. 숲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 있어서 우리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는 프랑스 작가 샤토브리앙의 말을 새삼 되새기며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다'라고 생각을 다진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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