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의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카카오가 1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카카오는 익명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지만 이용자 반발이 워낙 강했던 탓에 1년여 만에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소지도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와의 감청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문에 "양 기관이 원만하게 제대로 집행하는 걸로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과정만 꼬집어 추릴 수 없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지적에는 "일단은 해당하는 부분에서 개인적인 인적 정보는 전부 삭제하고 내용만 1차적으로 받아 그 내용 중 범죄와 관련 있다고 소명되는 부분을 별도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카카오는 다만 "지난해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익명 처리한 사람 중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 대상자를 특정해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면서 "이 때도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엄격히 절차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시대 정보인권 침해의 핵심은 하나의 영장으로 수십, 수백명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조치로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되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통신제한조치 협조 중단 이후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용자 우려와 함께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사회의 서로 상반된 주장과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협조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지난해 검찰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를 강경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수사 과정에서 그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던 2천300여명의 대화명이나 전화번호 등이 검찰에 제공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찰 논란이 확산했다.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더라도 향후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수를 두자 김진태 총장이 법사위 국감에서 "필요하면 문을 따고 들어가겠다"고 말해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후 '법치주의 역행'이라고 비판하는 검찰과 기 싸움을 벌였으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영장 불응 방침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카카오에 감청 요청을 하지 않았다.
검찰관계자는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은 일체 받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익명처리에도 우려가 된다면 비밀채팅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관계자는 "비밀채팅은 서버에 암호화돼 저장된다. 온전한 글자가 아니라 특수문자처럼 글자가 깨져 저장되는 식이다"며 "영장은 서버에 남은 대화를 단위별로 끊어서 제공하는 것이라 비밀채팅 내용은 제공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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