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3일 남겨둔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가 또 충돌했다. 노 대통령은 12일, 국회로부터 이송된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 재의 요구안을 의결한 뒤 "재의 요구를 한 취지가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신당 의원 발의 법안에 청와대 거부권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법안은 지난 2005년에 헌법재판소가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해 그 해 4월에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에 학교용지 부담금을 납부한 전원에게도 소급 적용해 부담금을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이 법안이 법적 안정성은 훼손하는 것은 물론 국가재정운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켜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정부는 이번 재의 요구를 통해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날 오전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대한민국이 대다수의 국민과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법률이다"면서 "이것을 건조한 법률적 논리로 따질 것이 아니라 피해받고 있는 서민을 위해 국가와 국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선량한 공식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고 협조해주실 것을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신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16명, 기권 6명, 반대 1명의 압도적 결과로 통과됐다. 이 결과가 유지된다면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무력화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발표 직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만큼 심도 깊게 숙의를 해보겠다"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신여권과 청와대의 공조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지난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학교용지부담금 제도는 300세대 이상 아파트 분양자가 분양가의 0.8%를 내면 지자체 등이 이를 학교용지 매입 등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5년 3월 분양자에게 학교용지 매입비를 부담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국회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추진한 시민단체와 의원들은 "학교용지는 당연히 정부가 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인데 아파트 분양자들에게만 돈을 떼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등을 친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입장이다. 법안대로라면 26만 명이 약 4000억 원을 환급받게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