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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열광한 '그라민 은행 신화', 추악한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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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열광한 '그라민 은행 신화', 추악한 거짓이었다!

[프레시안 books] <빈곤을 착취하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와의 인터뷰 때 그가 한 말이다. (☞관련 기사 : "떳떳하게 말하자. 빚 못 갚겠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됩니다."

당시는 이 말에 부분적으로만 수긍했다. 좋은 사회라면 생활비 마련도 어려운 이를 위해 복지 제도를 강화하고, 대출을 엄격히 규제해 책임 금융 제도를 강화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한 사회 복지 망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의 나라, 예를 들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도 이런 주장이 유효할까? 빈곤한 현실에 내몰렸지만 가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사람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데 만족하는 건, 정말 가난을 포르노화하는 부국 시민의 자기만족 아닐까? 이런 이들에게 건강한 사업 대출금을 지급해 가난을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빌려주는 게 진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대안 아닐까? 무하마드 유누스로 상징되는 그라민 은행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미소 금융) 신화를 모두가 목격하지 않았나?

▲ 한국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했다. 당시 이 사업에 참여한 곳은 모두 대자본이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9월 17일 소액서민금융재단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마이크로 크레디트 확대 방안 회의. ⓒ연합뉴스


휴 싱클레어의 <빈곤을 착취하다>(이수경·이지연 옮김, 민음사 펴냄)는 '서민의 희망이 되는 대출'로 주목받은 마이크로 크레디트 프로그램의 허실을 낱낱이 밝히는 비판서다. 직접 세계 곳곳의 소액 금융 회사에서 일한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세계가 실은 이윤 추구에 눈이 먼 대자본가의 손을 통해 세계 곳곳의 빈민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붙이는 곳임을 고발한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제도 금융 기업과의 거래가 힘든 빈곤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저자는 2000년대 초, 대학 졸업 후 우연히 접한 소액 금융 분야에서 10여 년을 복무한 이 분야 전문가다. 저자가 일한 10년간 소액 금융 분야는 약 7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저자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모잠비크 마푸투, 나이지리아 베닌시티 등 세계 곳곳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회사에서 일했다. 그리고 좌절을 맛봤다.

이들 금융 회사 대부분은 약속이나 한 듯 부패한 업주에 의해 상식 이하의 불투명한 관리로 운영되었다. 소액 금융의 기본 취지를 잊은 듯, 아무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돈을 대출해주기 일쑤였고,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기본 원칙이라 할 무보증 체계도 지키지 않았다.

연이은 보증과 고금리로 세계 각지에서 빈민이 자살했다. '빈민이 일어설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운영되는 이 거대한 사업은 제대로 된 감시 없이, 마치 한국의 고금리 사금융처럼 빈민을 쥐어짜고 있었다.

이 책에는 유누스의 노벨 평화상 이후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 실상은 다른 소액 금융과 다르지 않았던, 이상만 높았던 프로그램 말이다. 부패한 조직과 사람을 자살로 몬 은행들의 생생한 뒷이야기. 유누스의 목적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탐욕에 가득한 이들이 몰려들면서 그 이상은 힘없이 짓밟혔다.

▲ <빈곤을 착취하다>(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네덜란드에서의 경험을 다룬 5장 '선진국이란'이다. 소액 금융 전문 펀드에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는 간단한 사실 하나를 추론할 수 있다. 기존 금융 자본주의의 본질은 결국 약탈이며, 이를 좋은 취지의 사업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한 꿈이라는 사실 말이다. 해당 펀드는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해 운용된다. 이 펀드가 자금을 투자한 소액 금융 회사는 당연히 빨리 이익을 내야 한다. 무슨 수로 할 것인가?

고금리 대출뿐이다. 무보증은 강제 예금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무력화하면 된다. 고객이 줄어들면 더 많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로 고객을 넓히면 된다. 한국의 약탈적 자본과 전혀 다르지 않은 방식의 이 간단한 시스템이 '약자가 일어설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포장된 후, 세계 곳곳으로부터 흘러들어온 눈먼 돈에 의해 운영된다. 제대로 된 감시조차 받지 않고, 실상을 찾기 힘든 허울뿐인 찬사 속에서.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점령하라' 운동의 근본 취지는 약탈적 금융 자본에 제대로 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대출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대출은 똑같다. 어떤 명목이 붙든, 대출은 대출일 뿐이다. 진정 제대로 된 대안은 금융 자본주의의 상상력 바깥에서만 제시될 수 있다. <빈곤을 착취하다>가 던지는 선명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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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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