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표 직무대행인 천영세 원내대표가 11일 "2월 말까지는 당 내분을 수습하고 3월 초까지는 (총선) 후보를 선출해 총선체제로 전환하겠다"면서 "분열과 분당은 공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구체적 수습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많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만 말했고 일부 의원들은 "민주노동당 틀 안에서 수습하는데 구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민노당은 이번 주말 경에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지난 3일 당대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혁신안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2월 말 까지 수습한다"지만…
노회찬 의원을 제외한 8명의 의원이 모인 의원총회 자리에서 천 대표는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라면서 "이번 주, 다음 주가 죽느냐 사느냐의 중대한 고비"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분열하면 다 죽는다"며 '대동단결'을 강조했다. 천 대표는 "국민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서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뜨거운 감자인 '편향적 친북행위', '패권주의', '대선 평가' 등에 대해선 어떤 구체적 언급도 하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 이후 다시 직접 브리핑에 나선 천 대표는 "2월 말 이전까지 당을 수습하기로 했고 집행위원장에 최순영 의원, 대변인에 이영순 의원을 인선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 수습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다만 천 대표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당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정파의 눈과 시각이 아닌 국민과 전체 당원의 눈높이로 혁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천 대표는 "민노당은 대한민국의 정당이다. 북한에 있는 정당도 아니고 미국에 있는 정당도 아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편향적 친북행위 문제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영순 대변인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이날 이 대변인은 "(탈당파보다) 당을 지켜야 한다는 더 많은 염원이 있는데 그것을 잘 알려드리지 못 한 것 같다"면서 "이를 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주말 정도에는 중앙위원회가 열릴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당대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혁신안이 그대로 올라가는 것이냐, 아니면 신임지도부가 혁신안을 새롭게 제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대변인은 "지금부터 논의해 볼 것"이라고만 답했다.
"수습? 100년 가는 신당 만들 것"
이날 천 의원은 "당의 단결과 화합, 혁신을 추진하자는데 (의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노동당 틀 안에서 수습하자는데 모두 동의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의원 한 분 한 분을 상대로 무슨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큰 방향에 대해선 다 동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실제로 민노당 의원들의 견해는 제각각이었다. 가장 원심력이 강한 노회찬 의원의 경우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노당을 넘어서는, 외연이 확장된 당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일회용 총선용 정당이 아닌 100년 동안 살 집을 지을 처지에 놓여 있다"며 신당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상정 의원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나는 오늘 한미FTA 비준동의안 문제 때문에 의총에 참석했다"면서 "최순영 의원, 이영순 의원 인선 정도를 들었지 당 수습방안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면서 "머지 않아 (거취를)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결단'을 예고했다.
단병호 의원의 한 측근도 "사태를 수습해야 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민노당 틀 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뜻을 모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당을 떠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그 이후 어떤 행보를 걸을 지가 문제인데 아마 이달 말 정도까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원내 평등파 3인방으로 꼽히는 노회찬 , 단병호, 심상정 세 사람은 민노당 당적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을 보인다.
최순영 의원은 갈등을 겪었지만 이날 집해위원장을 맡음으로 인해 당분간 민노당 틀을 벗어나는 행동을 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주파 전면 배치로 가나?
천 대표는 이날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당직자나 정파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 '제2창당 수준의 혁신', '민노당은 대한민국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당내 자주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천 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수습안은 평등파와 자주파의 '재결합'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사실상 이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민노당이 사고 지역위원회를 재건하는 등 형식적으로나마 수습하기 위해선 당내 자주파가 전면에 나서고 자주파 성향의 지도부가 있는 민주노총, 전농 등 배타적 지지단체의 역량을 끌어들이는 길 밖에 없다.
실제로 강경자주파는 이같은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천 대표의 구상과도 배치되는 것일 뿐더러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민노당은 완전히 '자주파 단일대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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