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두 사람은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여러분 행복하십니까'에 나와 대담을 나눴다. O, X로 답하는 코너에서 이철희 소장은 "꼭 지금이 아니라도 내가 대통령이라면 더 잘하겠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고 질문했고, 둘 다 'O' 표지판을 들었다.
남경필 "박원순, 대통령 저보다 먼저 하셔야" vs. 박원순 "유도 질문 안 넘어가"
이 소장이 "상대방이 대통령 선거에 나갈까 고민이라면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남 지사는 "저는 임기를 마치겠다"면서도 "(박 시장이) 나가실 것 같으니, 나가셔야죠. 대통령 하실 생각이 있으면 저보다 먼저 하셔야 한다"고 덕담했다.
박 시장은 "그렇게 골치 아픈 질문은 묻지 말라"면서 "제가 시장 경력 4년 동안 절대로 그런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만은 제대로 배웠다. (대선 출마 질문하기를) 포기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생각 있으시단 거죠?"라고 되묻자, 박 시장은 "그래도 안 넘어갑니다"라고 답했다.
남경필 "대통령 자리 없애고 연정해야" vs. 박원순 "5년 단임제 개선해야"
남 지사는 "그동안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발전시켜왔지만,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모아가려면 지금 제도는 맞지 않는다"면서 "의회에 여러 당들이 연합, 연정해서 국정을 끌어가는 형태가 맞다"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이번에 저희가 연정해서 부지사 한 자리를 야당에 드렸다"면서 "그분이 보건복지를 담당하는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참 잘하시더라"라며 경기도의 연정 체제를 홍보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5년 단임제라는 대통령제에 대한 변화와 개선은 있어야 한다"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의 정책 연속성이 중요하다. 내각제 또는 4년 중임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도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서울시에 재원의 80%를 부담하라고 결정했다"면서 "6대4로 바꿔 달라고 하는데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나주지조차 않았고, 제가 대들었는데 박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다"고 토로했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 지사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저희는 여러 통로를 통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남경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박 시장도 "가장 중요한 발전과 경쟁력의 원천은 다양성인데, 그걸 하나로, 더구나 국가가 정해서 이것만 교육받으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미 과거에 국정 교과서가 있다가 지금은 시대가 지나서 자유로운 나라가 됐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실업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그런 효과가 있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논란"이라며 "노동 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민주노총의 견해도 있는 만큼, (정책) 패키지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저는 임금 피크제가 (청년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거 하나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움직여야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패키지로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 버스 허용 늘려 달라" vs. 박원순 "수도권 교통청 생겨야"
그 밖에도 박 시장은 "제가 남 지사와 자주 만난다"면서 "그동안 협력적으로 (일을) 잘 해 와서, 가끔은 당이 서로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해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서울시 교통 정책에 대해서 두 사람은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버스가 많이 서울로 들어가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너무 많이 오면 차가 막히니까 고민이 있다"면서 "저희 경기도민이 앉아서 갈 수 있게 (서울로 가는 버스 증차를)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서울시 입장에서 다 허용해 드리면 교통 혼잡이나 대기 질 문제가 생기니 제한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대신 "예컨대 사당역 사거리 일대에 환승 센터를 만들거나, 지하철 등 교통에 관한 정책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수도권 교통청'을 만들면 본격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전보다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 소통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저는 많이 하고 싶은데 우리 직원들이 말리고, 요새 시비 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건전한 비판을 들어야 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해 최근 아들 병역 의혹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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