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고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국정연설에서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EU가 과감하고 단호하게 이 문제에 맞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첫 번째 국정연설에 나선 융커 위원장은 "EU에 '유럽'도 없고 '연합'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변해야 한다"며 EU 회원국에 대해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다.
그는 "난민 위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올해 들어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로부터 유럽에 약 50만명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EU 회원국에 대해 난민 16만명을 분산 수용할 것을 제의했다. 그는 다음 주에 열리는 EU 각료회의에서 난민 강제 할당에 동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난민 수용에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적인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일부 국가가 기독교도만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의 난민 수용 계획은 지난 5월 추진했던 난민 4만 명 분산 수용안에 12만 명을 추가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독일이 3만1천 명, 프랑스 2만4천 명, 스페인이 1만5천 명 가량을 추가로 수용해, 3개국이 12만 명 중 60% 가량을 추가로 받아들이게 된다.
융커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은 오는 14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법무·내무장관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EU와 난민 관련 면제 협약을 맺어 할당을 거부할 수 있는 영국과 덴마크를 제외한 26개국이 이 계획안을 놓고 표결한다. 또 다른 난민면제 협약 국가인 아일랜드의 경우 거부권을 포기하고 난민을 수용하기로 해 표결에도 참여한다.
EU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난민 수용 부담을 덜기 위해 EU 회원국이 골고루 나누어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국가가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명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의한 난민 4만명 수용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일단 3만2천명만 분산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융커 위원장의 난민 의무 할당 제의에 대해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즉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보후슬라브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U의 난민 강제 할당은 좋은 해결 방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대통령도 의무적인 난민 할당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정부도 난민을 강제로 할당하기 보다는 각국이 수용규모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할당 인원 수용을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은 지난 4일 공동성명에서 "의무적이고 영구적인 난민 수용 쿼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편 융커 위원장은 난민대책의 일환으로 난민들을 본국에 송환해도 처형 위험 등이 없는 '안전국가' 명단에 알바니아와 코소보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장기적인 난민 대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국가의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난민 발생을 줄이기 위해 18억 유로 규모의 구호기금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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