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2011년 "노무현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들은 이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4일 추가로 확인됐다. 고 이사장은 대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은 터라, '공영 방송' 이사장으로서의 자질 논란이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이었던 고영주 이사장은 대선 직전인 2011년 12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 '국민 행동 2012'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들이 다 민중민주주의론자들인데, 국민이 그걸 잘 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분을 숨기고 대통령이 되고 정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먼저 "민중민주주의는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과도기적인 형태다. (그러나) 민중 정권이 성립된 다음에는 민중 계급은 이용만 되다가 토사구팽 되게 돼 있다"면서 "민중민주주의가 '이적'인 것을 여러분은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고 이사장은 "그런데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들이 다 민중민주주의론자들이다. 민중민주주의자들이 (원래) 민중 혁명, 폭력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기로 돼 있었는데, 노무현 때 신분을 숨기고 정권을 잡았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하고 연방제 (통일에) 합의하려고 하고, (대한민국이) 거의 적화되기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간신히 막아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이적' 색깔론을 덧씌운 것이다.
고 이사장은 "지금은 사회 상층부에 '통일 전선'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민중민주주의론자들이 우리 사회 상층부를 많이 장악하고 있다"면서 "교과부, 문화, 예술 각 방면에 있기 때문에 선거도 안 치르고 은근슬쩍 사기로 '민중민주주의나 자유민주주의나 다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민중민주주의를 받아들여도 전혀 위헌이 아니다'라고 속여서 민중민주주의 사회로 넘어가려다 이번에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역사 교육과정 '자유민주주의' 단어 수정 파동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중심인 한국현대사학회가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적이라며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꿔달라고 건의했고,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교육 과정을 개발한 학자들은 집단으로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했었다.
그러면서 고 이사장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다르다. 자유민주주의 이외에 민중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는 가짜 민주주의다.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위 분에게 많이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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