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교육 '올인' 행보가 거침없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영어교육만은 학교에서 책임지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언에 따른 것이지만, 오히려 사교육비가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있다. 일선 교사들의 이어지는 반발에도 인수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군대 대신 영어교사로…수준미달 교사들은 '삼진아웃'
28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수위는 군입대 대신 일선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교육요원 제도를 마련하는 제도를 마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영어교육요원'은 현역 판정자 중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 병역특례를 주는 제도다. 새 정부의 교육과학부에서 선발한 뒤 주로 농어촌 학교의 보조교사로서 수업을 진행한다.
주당 3~5시간 수준인 서울시내 초등학교·중학교 영어수업 시간을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미 인수위는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 초·중·고 영어교사들을 대상으로 자격시험을 실시해 세 차례 이상 '수준미달' 평가를 받은 교사들은 다른 과목으로 전과하도록 하는 '삼진아웃제' 도입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해 2월 '영어교육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던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는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어 교사들이 5년 동안 여러 차례 평가를 받은 후 세 번 이상의 평가에서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영어 수업을 맡지 못하게 하는 '삼진아웃제'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간사는 "영어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는 지적에 "영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별로 없는데, 학교에서 못 가르치면 계속 더 심해진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현기증이 난다거나 인수위가 조급증에 걸렸다는 비판이 있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교육에 대해 뭘 해 놓은 게 워낙 없다 보니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면서 이 간사는 개인 명의의 해명자료를 통해 "이는 국회의원으로서 발의한 법안의 내용의 일부분일 뿐 인수위의 입장은 아니다"면서 "현재 인수위가 검토하고 있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에도 이러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 간사가 '이명박식 교육정책'의 골간을 마련한 장본인이라는 점, 또 새 정부의 청와대 인재과학문화 수석에 사실상 낙점된 상태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를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숙 "후손들이 영어 못 해 주눅들지 않도록…지금이 적기"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영어교육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간사단 회의에서 "고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서둘러서 준비 없이 하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며 "차근차근 준비해왔지만 몇주 만에 그냥 발표한 것 같아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불안해하면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일부 교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영어 교사 양성은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르치는 분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고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 교사들도 의지를 보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불안감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보임으로써 젊은 후손들은 영어를 못해 주눅들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선진 국민으로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