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Magnum) 사진가들이 최근 2년간 기록한 한국의 모습이 전시장에 걸렸다. <매그넘 사진가의 비밀-Brilliant Korea>展은 작가 9명이 담아낸 한국의 이미지와 그 촬영 과정을 풀어낸 전시다.
러시아 사진가 게오르기 핀카소프(Gueorgui Pinkhassov)를 시작으로 패트릭 자크만(Patrick Zachmann), 알렉스 웹(Alex Webb), 비케 디푸터(Bieke Depoorter), 토마스 드보르작(Thomas Dworzak), 일라이 리드(Eli Reed) 등이 참여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데이비드 알란 하비(David Alan Harvey), 브루노 바르베(Bruno Barbey), 크리스 스틸 퍼킨스(Chris Steele-Perkins)의 이름도 보인다.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는 1947년 설립된 세계적 권위의 포토에이전시다.
이 전시는 사진가의 철학부터 보여준다. 어떻게 세계를 보는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어떻게 주제를 정하고 현장에서 기록하는지 등 작업 방식과 노하우까지 공유한다. 결과물인 사진만 벽에 걸지 않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눈에 띈다.
전시를 기획한 노성희 만복상회 대표는 이것을 ‘공감의 여정’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사진을 찍으며 고민하는 모습이나,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 가지는 태도 등 거장으로 불리는 사진가들의 생각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는 얘기다. 그동안 매그넘 사진가들의 작품은 한국에서 여러 번 소개됐지만 촬영 과정과 그들의 철학까지 자세하게 들을 기회는 흔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는 아카데믹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전시다.
눈에 띄는 공간 연출과 독특한 이미지 배치는 이 전시의 특징 중 하나다. 2006 뉴욕건축가 연맹 선정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양수인 씨가 공간 연출을 맡았다. 시간의 흐름을 공간으로 연결시키려는 그는 사진과 영상, 벽면 액자와 테이블을 활용해 낯선 시선을 유도해낸다. 특히 사진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방 곳곳에 고루 쏘아 마치 화상회의를 하는듯한 영상실 설정이 새롭다.
외국인 작가가 본 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전시장의 코리아 섹션은 전통(1000 years), 경계(Boundary), 열정(Passion), 영웅(Hero)이라는 4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다. 오랜 역사와 고유의 풍속을 가진, 전쟁과 분단, 산업화를 모두 겪은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익숙한 테마다. 그러나 정작 사진은 일상의 소소한 풍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화하려고 애쓰지 않고 쓸쓸하고 고독한 풍경까지 그대로 담아낸다. 네 번째 테마인 '영웅'에선 우리에게는 주목 받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 갯벌 위의 아낙, 시장 사람들의 표정이다.
제목에 쓰인 ‘비밀’이라는 표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단지 유명한 외국 사진가의 촬영 비법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 테다. 그보다는 우리 일상의 익숙한 것들을 긴 호흡으로 다시 보고 그 안에서 어떤 가치 있는 순간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맞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오래, 다시, 천천히 보는 것이 비밀이라면 비밀인 셈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5일 문을 연 이 전시는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너무 익숙해 눈길이 가지 않았던 일상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면 전시의 효용은 다할 것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10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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