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로 갈지 '진보'로 갈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내 혁신위원회가 '민생 제일주의'를 당 정체성으로 제시했지만,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 개혁파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집권을 위한 길, 진보인가, 중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헌태 매시스컨설팅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토끼도 못 모으고, 산토끼 공략?"
김헌태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진보의 양대 집토끼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진보'와 '호남권 진보' 모두를 결집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지지층조차 투표장에 불러내지 못하는 정당이 중도층·무당파층 공략에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중도층을 설득시켜 이쪽으로 데려와야지, 우리가 중도에 맞춰서 '뚜렷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중도 전략의 요체는 중도를 선거 지형상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사회경제적 진보 정책이 국민 절대 다수에게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며 "대중의 요구를 고려할 때, 새누리당의 좌향좌는 올바른 시대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우향우는 크게 보면 시대정신에 대한 오독"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2007년 이후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그 원인을 진보 노선으로 인한 중도층의 표심 이반으로 규정하고, 당을 중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실제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중도화 전략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무상 급식이 쟁점이 된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등을 보면 진보여서 패배한 적은 없다"면서 "2012년 총선 패배는 참여 정부의 원죄와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불신의 문제라고 봐야 하고, 2012년 대선 패배는 경제 민주화·복지국가라는 진보적 의제에서조차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하지 못하고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사회경제적 영역에서는 진보 노선을, 외교·안보 영역에서는 실용 노선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실천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서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진복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세 반대 여론이 우세하고 선별적 복지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지금은 '진보의 시대'가 아니라, 상충적인 태도가 조합된 유권자가 다수인 '중도의 시대'"라고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진보 유권자가 보수 유권자보다 수가 적다"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유권자에서 만회하든지,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도 유권자를 대변하는 대안을 갖고, 먹고사는 문제와 미래 대한민국의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연 확대 가능한 후보 있다…핵심은 이슈 파이팅"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유권자들이 항상 보수, 진보로 나뉘어 투표하지는 않는다"는 이진복 연구위원의 인식에 동의하면서도, "승부는 대중이 분노하는 이슈에서 갈린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대중의 관심이 크더라도 정당 간에 차이가 없으면 이슈가 안 되고, 정당 간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대중의 관심이 없으면 이슈가 안 된다. 대중의 관심이 크면서 정당 간에 차이가 큰 경우만 이슈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박 대표는 중요한 것은 "노선이 아니라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김영삼의 삼당 합당, 김대중의 DJP 연합,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 단일화, 박근혜의 경제 민주화·복지 확대 모두에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없었다"는 점을 꼽으며 "한국 유권자는 정당보다는 인물에 일체감을 더 느끼고, 외연 확대가 가능한 후보는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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