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합니다. 말은 초청이지만 사실상 소집입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제 갑자기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다음날에 점심 먹자고 했으니까 분명 소집입니다. 불과 하루의 시간을 두고 공사다망한 의원들 전원을 초청한 것은 이유불문하고 모두 참석하라는 통보와 다름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오찬회동은 남북 고위급접촉 결과를 설명하고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국정과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임기 후반기 국정과제의 1순위는 물론 노동개혁입니다.
#2
SK그룹이 어제 남북 대치상황에서 전역 연기 신청한 장병들을 하반기 공채 때부터 우선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제 아침 일찍 최태원 회장이 전화로 이같은 방침을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SK그룹의 발표가 있기 직전 전해진 소식도 있습니다. 전역 연기 신청한 장병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박 대통령이 직접 격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두 소식을 묶으면 하나의 핵심어가 도출됩니다. 바로 '코드 맞추기'입니다. 특별사면의 은사를 입은 최태원 회장이 박 대통령에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건데요. 전역 연기신청 장병 우선채용 방침은 이른바 '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칙적 대응'에 대한 상찬이자 노동개혁의 핵심요소라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화답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3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이라는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다시 노동개혁을 강조했습니다. "최첨단 스마트 공장과 혁신적인 연구소도 낡은 노사제도를 가지고는 잘 돌아갈 수 없다"면서 "기업의 활력을 증진하고 보다 많은 청년들이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를 적극 도입하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조성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모신' 최태원 회장은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여념이 없는 대통령님"이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고 하고요.
지금까지 세 개의 토막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세 토막 소식을 전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듯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토막 소식을 한 데 모으면 얼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전력 배치도인데요.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로 한껏 고무된 박 대통령은 이 기세를 몰아 노동개혁을 관철시키려 들 겁니다. 사령부 진지에 앉아 '돌격 앞으로!'를 외칠 겁니다.
중군을 형성하는 건 새누리당일 겁니다. 뒤로는 사령부를 보위하고 앞으로는 선봉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노동개혁의 제도화 책무를 떠맡을 겁니다.
선봉대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은사를 입어 견마지로를 다 해야 하는 SK그룹 같은 곳일 겁니다. 특별사면과 같은 직접적인 은사가 아니더라도 노동개혁 그 자체가 특전인 대기업 전체가 자발적 돌격 모드를 취할 겁니다.
이른바 노동개혁 대형은 이렇게 화살표 형태로 짜이고 있습니다. 이제 활시위의 반탄력을 화살에 전달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이 또한 임박했습니다. 남북 고위급접촉이 활시위 구실을 하고 있기 터이기에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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