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 명확한 사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유감 표명의 주체를 '북측'으로 명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부분이 명확한 사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사례와 비교해보면 지금까지 북한이 유감 표명의 주체를 북측으로 명시한 경우는 지난 1996년 강릉 잠수정 침투 사건 이후로 처음"이라며 "그나마도 당시에는 (공동 보도문이 아니라) 북한 외교부 명의의 담화 발표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2시 공개된 남북 고위급접촉 공동 보도문에는 북한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 2항에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명시된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이번 사건(목함지뢰 폭발)과 관련해 북한은 대외적으로도 (자신들의 소행임을) 강력하게 부인"해 왔는데, 공동 보도문에 지뢰 폭발 사건이 있었다고 명시한 것 자체가 북한이 자신들의 행위를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에는 (유감 표명을) 사실상 합의문 상태로 명시했다. 이전에는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런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의 유감 표명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전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명확한 사과를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 발발 당시 북측 대표가 남측 대표에게 말로 전하는 형식으로 유감을 표명했으며,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지뢰 도발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이 사건이 분명하게 정리돼야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이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해줘야 하느냐'고 말했다"면서 이 부분만 보더라도 북한이 지뢰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번 공동 보도문 첫 항에 명시된 남북 당국회담 개최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가져갈지에 대해 추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3년 6월 남북은 장관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당국회담'을 연다는 데 합의했지만,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정부는 당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당국 회담을 열기 위해 수석대표 문제를 포함, 회담 제반 사항을 논의할 실무 회담이나 접촉을 거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공동 보도문이 합의문이 아닌 '보도문'의 형식으로 발표된 것과 관련, 합의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합의문과 보도문의 차이는 서명 여부의 문제"라며 "이번에 만난 대표단의 위상을 봤을 때 실질적 합의가 중요하지 형식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사실상 남북 정부의 핵심인 만큼, 합의 형식보다는 내용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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