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전쟁'의 공수가 교대될 조짐이다. 중국 특사로 나가있던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귀국한 반면, 그 사이 공세를 펼치던 이재오 의원은 20일 러시아로 출국했다.
공심위 인선 두고 박근혜 측 반격 예상
이재오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제17대 대통령 당선인의 러시아 특사단은 20일 러시아로 떠났다. 25일 저녁 귀국 때까지 꼬박 한 주를 비우게 되는 것.
반면 지난 한 주를 중국 특사활동으로 보낸 박 전 의원은 지난 19일 귀국했다.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 이방호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총선기획단이 20일까지 공천심사위원 추천을 받아 21일에 3차 회의를 열고 공심위원 인선안 초안을 확정할 계획인 만큼, 다음 한 주 동안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조짐이다.
총선기획단은 공심위원을 외부 인사 6명, 내부인사 5명으로 구성하기로 의결하면서 내부 인사의 경우 '중립 인사'로 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외부 인사들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그 규모를 줄이고 내부 인사의 경우 계파별 안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가 서울을 비운 사이 이 의원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 계보', '네 계보' 챙기고 언제까지 뭘 해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국민 눈에 게 비치겠느냐"고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었다.
이 의원은 "'이명박 브랜드'로 공천해야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고 특사직에 발이 묶여있던 박 전 대표도 일정을 다 수행한 18일에야 북경 현지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나는) 지분챙기기 식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공천과 관련해서 원칙을 지켜 공정하고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지분챙기기라는 식으로 나쁘게 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받아 쳤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귀국과 향발이 엇갈려 이번 주는 공수가 교대될 수 있다는 것. 박 전 대표의 귀국 이후 측근 인사들은 회동을 갖고 대응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뾰족한 수가 없다"
박 전 대표 측은 "우리는 공정한 공천을 원할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같은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계의 의중이 관철될 경우에도 막상 뾰족한 대응카드가 없다는 것이 박 전 대표 측의 고민이다.
공천에서 탈락하는 일부 의원들이 무소속이나 자유신당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순 있겠지만 조직적 행동은 어렵다는게 안팎의 일치된 관측이다. 무슨 명분을 갖다 대든 '밥그릇 싸움'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당선인간 단독 회동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박근혜 총리' 카드도 소멸된 상황에서 이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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