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교수가 17일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대학 본관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김기섭 총장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부산대는 간선제로 추진하던 차기 총장 후보 선출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교수회와 총장 선출 방식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장과 교수회 간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총장 직선제 폐지는 교육부의 방침이어서 부산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 투신 사망
17일 오후 3시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본관 건물 4층에 있는 테라스 형태의 국기 게양대에서 국문학과 고모(54) 교수가 1층 현관으로 뛰어내렸다.
고 교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분 만에 숨졌다.
그는 투신하기 전 "총장은 (총장 직선제 이행)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밝혔다.
또 현장에서 총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는 A4 용지 2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고 교수는 유서에서 "총장이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면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총장 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 교수는 지병 때문에 김재호 교수회장이 이달 6일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시작한 단식 농성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에 상당히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빈소는 부산 침례병원 장례식장 7층 72호에 마련됐다.
◇ 김기섭 총장 사퇴, 원점에서 재논의
김기섭 총장은 이날 오후 9시 55분께 대학 본관 앞 교수회 농성장을 찾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차기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에 앞서 보직교수와 긴급회의를 열어 간선제로 추진하던 차기 총장 후보 선출 절차를 모두 중단시키고 대학본부가 교수회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했다.
숨진 고 교수의 장례절차도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협의하도록 해 조만간 구체적인 장례형식과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 사퇴로 안홍배 교육부총장이 총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 총장 직선제로 회귀하나
내년 1월 임기가 끝나기로 돼 있던 김 총장은 지난 4일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등에서 "차기 총장 후보자를 간선제로 선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필요한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부 방침인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재정적인 지원이 대폭 축소되는 등 대학이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그러자 교수회는 김 총장이 취임 초부터 수차례 약속한 총장 직선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틀 뒤 김재호 교수회장은 대학본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일부 교수가 동조 단식에 들어가는 등 내홍이 계속됐고, 김재호 회장은 17일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고 교수 투신 사망과 김 총장 사퇴로 차기 총장 선출방식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부산대가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국립대 총장 후보를 청와대에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교육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부산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교육부는 2012년 국립대 총장 선출 직선제 폐지를 목표로 각 국립대에 직선제 폐지를 평가 요소로 반영하고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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