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6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제7대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13일 취임식을 열고 인권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해소를 위해 독립성 확보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 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취임사를 발표했다. 전임 위원장 임기 시절 무수히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첫머리에서 인권위의 위상과 독립성 제고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커다란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며 "우리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독립성과 공정성의 확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또 시민단체, 국제 인권기구 및 단체와의 협력 관계를 굳건히 하는 한편 국가기관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가기관에 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여 진심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제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법관일 때 법관의 역할에 충실했듯이, 이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취임 첫 일정은 '인권위 옥상' 고공 농성자 가족 면담
취임 첫 공식 일정은 인권위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과의 면담이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명정 씨와 한규협 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이날로 6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은 건물 아래에서 줄을 통해 음식과 물을 올려보낼 수 있었지만, 광고탑 업체가 업무 방해를 이유로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지난 10일부터는 식사와 물 반입이 차단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측은 인권위에 3차례에 걸쳐 긴급구제 신청을 했고, 결국 인권위는 12일 성명을 통해 "농성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경찰 측에 물과 음식물 반입, 의료 조치 등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업무 파악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게 부적절하나, 소통을 위해 애쓴다는 측면"이라며 "우선 얘기만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사형 선고, 성소수자 보호 역할 방기…지켜볼 것"
인권‧시민단체는 이 위원장의 취임이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 위원장이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호순 사건' 판결 당시 국제인권기구가 폐지를 권고하는 '사형'을 선고한 점, 성별정정을 신청한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을 제출하도록 한 데 책임이 있는 점 등은 인권 옹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인권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현직 법원장 상태에서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어 보였다"고 평하며, "인권위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독립성을 수호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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