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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국회의원' 그게 바로 문제야…KBS '어셈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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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국회의원' 그게 바로 문제야…KBS '어셈블리'

순진·순박한 주인공 모습 이질감 유발

대사는 여전히 좋다. 연기도 좋다. 개연성 있는 설정들이 이어져 순간순간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루하다.

지난해 '정도전'으로 여말선초의 정치 상황을 칼 없는 액션극으로 그리며 파란을 일으켰던 정현민 작가가 10년간 국회에서 이경재·박인상 등 여야 의원 5명을 보좌한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국회 드라마를 선보였다. 하지만, 8회까지 방송된 현재 이 드라마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KBS 2TV 수목극 '어셈블리'가 시청률 난조 속에서 온라인에서도 화제성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래간만에 좋은 드라마' '조목조목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드라마'라는 칭찬도 있지만 이러한 의견은 소수의견에 머문다.

'어셈블리'의 가장 큰 패착은 순진·순박하며 정의감으로 뭉쳤지만 스펙도, 지식도, 배경도 없는 국회의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인 듯하다. 정의로운 국회의원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지만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관련 지식마저 없는 문외한을 응원하기엔 드라마의 동력이 약하다.

배신의 정치가 이어지고 현실을 기반으로 한 사실적인 에피소드들은 국회의 생리를 학습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물어뜯고 물어뜯기는 국회라는 정글에서 천진난만한 유토피아를 노래하는 듯한 '어셈블리'의 이야기는 상업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 시청률은 4~5%, 네티즌 반응은 하향곡선

지난달 15일 5.2%로 출발한 '어셈블리'는 6일 방송된 8회까지 내내 4.7~5.3%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수목극 꼴찌는 물론이고 경쟁작과 격차도 상당히 벌어진다.

지난 5일 시작한 SBS TV '용팔이'는 5일과 6일 각각 11.6%와 14.1%의 시청률 기록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처음 1~2회에는 관심이 쏠렸지만 이내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다.

다음소프트가 트위터 버즈량을 기반으로 분석하는 방송프로그램 화제성 지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5일 72.87, 16일 77.57이었던 화제성 지수는 하향곡선을 그리다 7회가 방송된 지난 5일 43.67, 8회가 방송된 6일 52.80으로 떨어졌다.


6일 방송프로그램 화제성 지수 전체 순위에서도 '쇼미더머니4'와 '무한도전'에 밀린 5위에 머물렀다. 화제성 지수 자체도 1~3위와 큰 격차를 보인다.

◇ "진정한 승부사는 패배가 만들어내는 겁니다"…촌철살인 대사는 백미

"나 선거 9번 나갔다가 4번 떨어진 사람입니다. 내가 정치를 오래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나는 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여당의 5선 중진이자 반청파 거두 박춘섭 의원)

"저는 살면서 져 본 적이 없었어요." (여당 사무총장이자 친청파의 핵심 백도현 의원)

"허허. 그러면 정치를 오래 못하는데…. 진정한 승부사는 패배가 만들어내는 겁니다." (박춘섭)

화려한 스펙과 집안 배경으로 무장한 야심만만한 젊은 의원 백도현(장현성 분)과 산전수전 공중전을 치른 노회한 의원 박춘섭(박영규)이 8회 말미 기 싸움을 벌이며 전화로 주고받은 대화다.

연기 9단 박영규와 장현성이 빚어내는 이 같은 칼칼한 하모니는 '어셈블리'를 그나마 지탱하는 힘이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카리스마와 긴장감이 '정도전'에 비교할 바가 안되기 때문에 대사의 무게감도 떨어지긴 하지만 '어셈블리'에도 여전히 정 작가의 촌철살인 대사가 살아있다. 연기파 배우들의 입을 통해 구현되는 대사를 감상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소신은 꺾으라고 있는 것" "정치는 결국 머릿수 싸움" "계파 없이 정치 없다" "계파는 예쁜 장미꽃에 붙은 가시" "국회의원은 4년짜리 시한부 인생"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비스마르크) 등의 말들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특히 '정도전'에서는 고려 권문세족 이인임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쳤던 박영규가 이번에도 속에 구렁이 아홉마리를 키우는 정치 9단을 연기하면서 씹어 뱉어내는 대사는 강렬한 풍미를 자랑한다.

"밑바닥 표 중요하지. 그런데 너무 변덕이 심해. 4년간 공들여놓고 바람 한번 부니까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하지만 유지들은 한결 같아. 한결같이 자기가 방귀 뀌며 사는 동네 발전을 바라거든. 내 지역구는 나 대신 지역 유지들이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지."

많은 장면 등장하진 않지만 박영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예외없이 건질만한 명장면, 명대사가 나온다.

◇ 정의감·의협심만으로는 부족한 인간적인 국회의원

용접공 출신 해고 노동자이자, 단순 과격하고 별로 배운 게 없는 진상필(정재영)이 여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하루아침에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는 출발은 다분히 극적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이 드라마를 흥행시키기에는 그 극성의 번짓수가 잘못된 느낌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상필이 여러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입성한 것은 다분히 이해가지만, 그가 차기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받기 위해 뛰는 과정은 공천에 죽고 사는 정치꾼들의 피 튀기고 치열한 경쟁에서 지나치게 아마추어 같다.

진상필을 돕는 노련한 보좌관 최인경(송윤아)마저 국회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와 권모술수, 배신과 속임수의 대행진을 마치 예전에는 몰랐다가 이번에야 알았다는 듯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의원을 만들어보겠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겠다"고 나서니 답답해질 지경이다.

진상필이 친청파의 사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입에 올리긴 했지만 돌아서서 그 단어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해 "오픈 프라이…, 뭐 그거"라며 얼버무리는 모습이나, 24시간 '쇼잉'(showing)만을 생각해도 부족한 국회에서 홀로 진정성을 찾고 있는 모습 역시 극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맥빠지게 한다.

작가가 진상필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규환(옥택연)의 입을 빌려 "국회는 인간 쓰레기들이 모인 쓰레기장"이라고 일갈해놓고는 오로지 정의감과 의협심으로 무장한 인간적인 국회의원을 그리려 애를 쓰고 있으니 그 사이 괴리가 크다.

지역구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해야할 시간에 어린 꼬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작은 돌다리를 놓으려고 팔을 걷어붙인 '너무나 인간적인 국회의원'을 우리는 현실에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감동적인 게 아니라, 이질감과 생경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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