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시장 개편 문제로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정부가 주도했다가 이미 파행된 바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재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파이 뺏기, 의자 뺏기 식의 '노동 개혁'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우리 당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 여야와 양대 노총, 사용자 단체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자고 촉구할 방침이다.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여야가 구성에 합의했던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노동 시장 개편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야당과 노동계가 요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에 대해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재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원회 연석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노사정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새로운 기구를 만들려면 구성원의 구성 자체를 합의하는 데 시간과 절차가 많이 걸릴 것"이라며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우리 당은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 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 또한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노총과 야당이 별도의 국민 대타협 기구를 국회 안에 설치하자는 것은 지혜로운 제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노사정위 조건부 복귀 내걸었지만…
여야의 힘겨루기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한국노총이 만약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한다면, 정부와 새누리당의 노동 시장 개편 드라이브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함께 야당의 별도 기구 설치 요구에 동의한다면, 전선은 정부·여당과 야당·양대 노총으로 그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는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지난 4월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5대 수용 불가'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당시 한국노총은 △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하는 주 52시간제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 정년 연장 및 임금 피크제 의무화 △ 업무 저성과자 정규직 일반 해고 및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 임금 체계 개편 등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업무 저성과자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의제를 정부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노총이 '정규직 해고' 등과 관련된 문제를 제외하고, '비정규직 확대' 정책 등에서 정부 안을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정부는 여전히 모든 개편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강경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전망을 하자면, 노사정위원회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처음부터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했던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관철하면 즉각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새누리 '노동 시장 선진화 특위' 맞서 '청년 일자리 특위' 구성
한편,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 논의와 별개로 당 내에 추미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새누리당이 당 내에 '노동 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데 대해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노동 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반쪽짜리"라면서 "우리 나름대로 의제 설정 절차를 걸쳐서 당 입장을 정하면 추미애 특위위원장이 이인제 위원장과 협상에 나서거나, 원내에서 협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 노동자 계약 기간 연장, 정규직 업무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 임금 피크제는 진정한 '노동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국민 대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당 차원의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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