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 한나라당에서 위기라는 말을 하고, 경제 위기, 총체적 위기, 경제 파탄, 민생 도탄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런 위기나 파탄이란 것은 경제에 대해서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본다.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1990년 이후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심각해진 것이다. 어제 오늘 생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 정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박근혜 : 국민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를 가든 국민들은 자녀 교육을 시키면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이런 나라가 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청년 실업, 고용의 질의 악화, 이런 것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피부에 닿아야 되지 않는가.
노무현 : 한나라당은 진정 지금이 경제 위기, 파탄 상황이라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박근혜 : 잠재 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
지난 2005년 9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영수 회담을 갖고 위와 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경제 파탄"은 박 대통령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장률은 4.3%였다. 지금 상황은 더 좋지 않다. 3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전망치를 새로 내놓은 해외 투자은행(IB) 10곳의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였다.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3.1%, 한국은행이 예측한 2.8%보다 더 낮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11조 6000억 원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그렇다. 지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빌려 "잠재 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박 대통령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盧-朴 '첫 회담'…2시간 30분 '설전' 전말)
정부가 추경을 통해 11조 6000억 원을 시장에 풀었는데도 그렇다. 지난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빌려 "잠재 성장률이 이런 식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박 대통령 본인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盧-朴 '첫 회담'…2시간 30분 '설전' 전말)
'이명박근혜', 그리고 '7474' 비전
성장률의 하락과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논외로 하자. 남는 것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 7년 반 동안 그들이 스스로 공언한 데 대해 아무것도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747 공약'을 내놓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고, 국민소득 4만 불을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결과는 모두가 안다. 공염불이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2013년 대국민 담화를 내놓고 '474 비전'을 제시했을 때, 그 작명의 유사성에 많은 사람들이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에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 성장률을 4%대로 끌어 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져 놓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3개년 계획의 핵심은 공공 부문을 개혁하고(민영화의 철학을 담았다)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푼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줄곧 외쳐왔던 그 철학이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외쳤는데, 지금은 어떤가. 자신의 '방법론'이 맞았다고 우길 수 있을까?
성장률은 앞서 언급했고, 4% 달성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율 70%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으로 고용률은 66%다. 2013년 64.4%에서 약 1.6%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고용 창출의 질이다. 27일 발표된 정부의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 대책'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별로 없다. 민간 분야에서 1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청년 인턴(7만5000명), 직업 훈련(2만 명), 일·학습 병행제 인력(3만 명) 등이 차지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계획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고용률 끌어올리기의 핵심은 공공 부문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는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맞지 않다. 공공 부문 개혁 방향과 상충되는 방법론인데다, 현재 정부가 겪고 있는 세수 부족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치만 내세워 그것을 맞추는 게 박 대통령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대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국민의 피부에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었고, 대기업은 움직일 줄 모른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정부가 '노동 시장 개혁'을 본격 추진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노동 유연성' 강화니까.
마지막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언감생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한 한국의 저성장 현황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기는 시점은 2023년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474 비전'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처럼 '7474(747+474)'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쯤되면 '이명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에 종언을 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럴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강력한 의지로 경제 정책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 만한 기회를 차버렸다.
별 효과도 없는 단기 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단기 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 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 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창조 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3년 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잠재 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쫓겨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그 유명한 '신보수 선언' 연설 중 몇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그가 한 말은 들어맞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어쩌면 보수 정당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경제 정책이 부딪힌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벽'을 넘어설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보수 혁신'은 더 멀어진 것 같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이, 그 말을 내뱉은 이들에게 향하고 있다. '잃어버린 7년 반'이다. 앞으로 2년 반 동안에 "피부에 와 닿는" 혁신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다. '무능'의 키워드는 오는 8월 중순, 전문가와 언론사들이 앞다퉈 분석할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 평가'에서 빈번하게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이, 그 말을 내뱉은 이들에게 향하고 있다. '잃어버린 7년 반'이다. 앞으로 2년 반 동안에 "피부에 와 닿는" 혁신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지 않다. '무능'의 키워드는 오는 8월 중순, 전문가와 언론사들이 앞다퉈 분석할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 평가'에서 빈번하게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한국의 보수 정당'의 근본적인 능력에 의문 부호가 늘고 있는 것 같다. 대안은? 야당 상황만 봐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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