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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침묵의 살인자' 석탄 화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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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침묵의 살인자' 석탄 화력

[함께 사는 길] '포스코 앓이'에 빠진 지역과 언론

석탄화력 발전소의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포항을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6월 2일, 경영악화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자가발전용 500메가와트(MW) 석탄화력 발전소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이름 하여 '포항제철소 청정화력 발전설비 교체투자'다. 작년 말부터 추진해 왔고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으나, 석탄을 '청정'으로 둔갑시킨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포스코의 여론몰이

포스코의 발표 후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일제히 포스코의 대변인이 됐다. 공교롭게도 발표 바로 다음 날, 포항제철소가 속한 지역구 제1야당 위원장은 인접 지역개발과 주민건강조사 등의 선행조건을 걸고 지역 상생을 주장하며 애매한 입장의 단독 기자회견을 했다. 게다가 지역의 대표 주류 단체로 불리는 상공회의소, 지역발전협의회, 뿌리회, 자유총연맹 등이 자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드러내며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의 당위성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포항환경연합과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포스코석탄화력발전소반대 청정포항수호 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의 반대논리는 극소수의 극성으로 치부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최신기술로 거의 완벽하게 막을 것이며, 오로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만 확산되고 있다. 3년여 공사 기간에 투입되는 110만 명의 고용효과와 연 90억 원에 달하는 지방세 수입이 그것이다. 누가 봐도 부풀려지고 한시적이며 미미한 정도의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광고주 포스코에 길든 지역 언론의 형편을 모르는 바 아니나, 참으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포스코 앓이'에 시민의 눈과 귀가 막히고 있다. 포항 경제는 물론 지역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를 좌지우지해온 포스코의 영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 포항 야경. ⓒJordi Sanchez Teruel

포항은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1999년부터 청정연료 사용지역으로 규제를 받아왔다. '환경기준을 초과하거나 초과할 우려가 있는 지역'이므로,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연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예외기준은 '이미 허용된 대기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라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통해 규제를 풀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에 대한 포스코의 대책은 최신기술을 도입하고 다른 설비의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석탄화력에서 추가될 5퍼센트(%)의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미 적용하고 있어야 할 배출 저감을 이제 와서 신규 석탄화력을 담보로 하겠다는 속 보이는 꼼수다.

'부정의 온상' 포스코의 변명

포스코는 민영화된 후 '주인 없는 기업'이라 불린다. 대일 청구권 자금, 즉 선조들의 피 값으로 지어진 국민 기업의 영광은 이제 전설이 되고 말았다. 정권의 전리품처럼 경영권을 부여받은 낙하산 회장, 무리한 인수합병, 경영진이 챙긴 수백억 원 스톡옵션, 비자금 조성 등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로 몰락을 자초했다. 스스로 '잃어버린 5년'이라 부를 정도로, 지난 5년 동안 최악의 부실경영을 한 것이다. 석탄화력 발전소는 이러한 경영악화 속에서 수전(한전에서 구입하는 전기) 비율을 줄여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비장의 무기다. 전기요금 때문에 제철소의 존립 여부가 걸렸다고 할 정도로 엄살을 피우며 지역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려 하고 있다. 석탄화력만이 철강산업의 위기와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지역민을 현혹한다. 석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엄연한 친환경 발전기술을 두고 오로지 경비절감을 위해 선택한 것이 석탄화력인 것이다.

포스코는 자사가 계획하는 석탄화력의 온실가스 배출은 1메가와트시(MWh)당 0.77톤으로 기존 석탄화력 1메가와트시(MWh)당 0.8톤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발전방식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포스코가 수전비용과 자가발전비용 대비 경제성을 따져 석탄화력을 세우는 것이라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한국전력과 비교해야 마땅하다. 한전의 공식적인 배출량은 1메가와트시(MWh)당 0.44톤으로 현저히 적다. 포스코는 오염물질 배출총량이 5% 증가하게 되지만, 기존 제철공정의 환경개선을 통해 오히려 총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다면 이는 그동안 이미 해야 했을 공정개선사항을 석탄화력을 세운 후에야 줄이겠다는 비윤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 석탄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포스코 앞 1인시위. ⓒ포항환경운동연합

지역민 희생 강요 말라!


포항은 2012년 장기면에 세울 초대형 석탄화력 발전소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더 이상의 오염을 불허하는 청정연료사용지역이라는 이유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반대대책회의의 활동과 여론을 의식한 포항시의 결단으로 결국 무산됐다.

대책회의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역민의 고통과 희생을 딛고 성장한 국민 기업이 현재 벼랑 끝에 서게 된 책임은 정경유착한 정부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 석탄화력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지역민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나쁜 시설일 뿐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석탄화력 발전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친환경 발전시설로 전향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 상생의 길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가기 : <함께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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