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지난 5년 간의 외교정책에 대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발표대로라면 새정권 출범 앞에 외교부가 납작 엎드린 셈이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업무보고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현 정권 출범 초기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 과정에서 한미 양국 간의 이견이 표출됐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미 간 사전협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자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외교부는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경선 과정에서 제시한 이른바 'MB 독트린'의 내용에 기초한 '3대 비전과 7대 독트린'을 제안하는 등 이 당선자 측과의 밀착도를 높여가고 있다. 통일부에 대해선 외교부로의 흡수통합설, '남북협력처'로의 위상 격하설 등이 난무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외교부는 '실용외교를 통한 선진 일류국가 진입'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밝힌 '3대 비전'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는 한편 외교활동을 통해 국격을 높이자는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또 '7대 독트린'에는 △북핵 폐기 및 실질적 북한에 변화를 요구하는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 추진 △국익을 바탕으로 하는 실리외교 추진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의 강화 △아시아 외교의 확대 △국제사회의 이해에 기여하는 외교 △에너지 외교의 극대화 △'문화 코리아' 지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는 또 "이명박 당선인의 '비핵·개방·3000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부터 400억 달러 수준의 국제 협력기금을 조성하는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수위 측은 외교부가 제시한 이같은 정책방향을 수용하는 한편 "안보와 경제협력, 인권을 묶는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 문제에 적용하자"는 주문을 곁들였다.
"외교부 역할,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더 확대될 것"
특히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외교부의 기능과 권한을 더욱 확대키로 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전문위원인 현인택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은 '글로벌 코리아'로 도약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가 왔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제 외교부의 역할이 좀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이동관 대변인도 "외교부의 기능조정과 관련해 정부부처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인수위는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와 통일부 등에 흩어진 대외정책 기능을 한 군데로 통합해 총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외교부가 통일부를 흡수할 가능성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이라는 큰 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될 문제"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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