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사태 관련, 자신이 최종 결정권자였다면 주의단계보다 한 단계 더 올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정부는 메르스 사태 관련, 경계단계가 아닌 주의단계에서 관리해왔다.
서울시가 5일 발표한 '메르스 20인 심층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지역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는 주의단계로 있는 게 규정에 따른 조치"라면서도 "하지만 (지역감염이) 가능성 있고 전국적으로 이미 퍼졌을 때는 주의단계에서 경계‧심각단계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 수습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전문가, 현장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인터뷰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1일까지 외부 전문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진행했으며, 행정, 의료, 위기관리, 학계 등 각계각층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 20인이 참여했다. 박 시장도 이 인터뷰에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서울시는 이미 주의단계 위인 경계단계, 심각단계까지 갔다. 시장이 본부장이 됐다는 것은 심각단계로 갔다는 이야기"라며 "과도하게 조치를 해야 일이 터진 다음에 수습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이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시장은 메르스 초기 때, 보여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허술함에 놀랐다고도 밝혔다. 박 시장은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메르스)사태에 대한 판단력, 통찰력, 그다음에 집행력, 추진력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은 삼성서울병원과 14번째, 35번째 환자들의 문제점, 동선, 대책 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자신이 6월 4일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6월 3일 밤늦게 35번째 환자의 동선을 알게 되면서 서울시 실무자들이 보건의료정책과장, 생활보건과장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매우 커졌다"며 "그래서 6월 4일 하루종일 실무자들이 보건복지부에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건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계속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재건축조합총회 참석자들에게 그냥 수동감시 정도하고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결국, 내가 저녁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한테 요청했는데 이분들이 그 상황을 정확히 잘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6월 4일 서울시 기자회견 전까지는) 현 정부가 조치하고 서울시가 그것에 대해 철저하게 지시나 요청사항을 이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메르스 관련 정보를 확인한 뒤에는) 이 사태에 대해 중앙정부가 제대로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4일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 당일엔 삼성서울병원 의사까지 확진판정 받고 전국적으로 확진자, 자가격리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는데도 정보는 거의 교류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감염자 관리도 안 되고 있고, 감염된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이게 퍼질 가능성도 있는데, 삼성서울병원이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이걸 제대로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번 일을 두고 "큰 예방주사 한 방 맞았다"고 비유했다. 박 시장은 과거 노무현 정권 때 발생한 사스를 언급하면서 "과거 사스 때는 중앙정부가 상대적으로 잘했기 때문에 우리는 따라만 가면 됐다. 그다음 조류독감은 서울시와는 직접 관계가 없었다"면서 "그래서 이번 건이 어찌 보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서울시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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