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한 모두 발언의 적절성을 두고 청와대 실무진과 국회의원들 사이의 공방이 3일 국회에서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보신주의, 끊임없는 당파 싸움, 부정부패, 살아남기 위한 정치, 국민을 이용하고 현혹하는 정치, 배신의 정치, 패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등의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며 정치권을 맹비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위원들은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 및 결산 심사를 위해 열린 운영위원회 자리를 빌려, 박 대통령 당시 발언의 적절성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배신의 정치' 발언 원고의 작성 책임자 논란이 불거졌으나 이 비서실장은 물론, 통상 대통령의 회의 발언 초본 작성 작업을 하는 정책조정수석실의 현정택 수석 모두 '최종 원고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병기 "청와대, 국회 무시한 적 없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국회에 대한 도전이 아니냐'는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질문에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의 내내 당시 대통령 발언은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견해를 고수했다.
이 실장은 '거부권 행사 뒤에 이런 엄청난 말을 붙여서 소란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부좌현 의원의 지적이나 '사석 발언도 아니고 국민이 모두 듣는 국무회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이언주 의원 등의 지적에 "대통령 입장에서 정치권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의) 그날 말씀은 정치의 정도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저희는 국회법이 단초라고 본다", "대통령이 개인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답변도 내놨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이 같은 이 비서실장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며 야당 의원들을 역비난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왜 이런 얘기(25일 국무회의 발언)가 나왔겠느냐"면서 "지금까지 경제활성화 법 등 국회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나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이 실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늘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절절한 마음을 그날 표현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병기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에 일부 관여…최종은 못 봐"
당일 박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 논란은 원고 작성 책임자를 가리려는 시도로도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강동원·이언주·최민희 의원 등은 이 실장을 향해 '누가 원고를 작성했느냐'고 물었다.
이 실장은 이에 청와대의 통상적인 대통령 발언 원고 작성 과정만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각 수석실이 올린 자료를 바탕으로 연설기록비서관실과 정책조정수석실이 초본을 작성해, 대통령이 최종 첨삭을 한다는 일반론적인 답변이다.
이에 이언주 의원은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에게 대통령에게 넘겨지기 전의 초안을 봤느냐고 물었으며 현 수석은 '초안은 봤다'고 답했다. 이에 부좌현 의원이 '최종 발언과 현 수석이 본 초안이 일치하느냐'고 묻자 현 수석은 "100% 일치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 비서실장 또한 '대통령 발언 최종 텍스트를 봤느냐'는 최민희 의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직접 검토를 하지 않았느냐'는 부좌현 의원 질문에 "일부 관여했다"고 답했다.
野 "비서실장도, 정책조정수석도 모른다? 정호성이 썼나"
이처럼 이 실장과 현 수석이 '최종 원고'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정황이 엿보이자, 일부 야당 위원들은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으로 불려 온 정호성 부속비서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따져 묻기도 했다.
강동원 의원은 "배신의 정치 원고를 정호승 비서관이 작성했다고 한다"고 말했고, 최민희 의원도 "정호성 비서관이 썼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선 이 비서실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이 비서실장은 이어 '비서실장이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강동원 의원의 질문에 "그런 사실은 전혀 없다. 언제건 독대할 수 있고 무슨 보고라도 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직격'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 위원들의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날 회의의 주재자였던 유 원내대표는 다만, 강 의원의 '왕따' 발언에 "대통령과 청와대 간부에 대한 표현에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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