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 파행됐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해서 촉구하며 갈등을 키우다 벌어진 일이다. 김 최고위원의 '몰아 붙이기'가 정도를 넘자 김무성 대표는 회의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화가 난 김 대표가 빠져나간 회의장 안에선 고성의 반말과 욕설이 오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사태 초반부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쪽으로 분류되곤 했으나, 이번 거부권 정국에선 여느 친박계 인사들보다 강하게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편이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에서도 "콩가루 집안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또 한 번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최고위에선 이전까지 '사퇴론'을 펼쳐 온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지난달 29일 최고위에서 '사퇴론' 의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된 데다, 당내 계파전에 따른 국민적 '비호감'이 커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0일 당내 의원들에게 '지금은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할 때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자중자애하고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애당심을 갖고 언론 인터뷰를 삼가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이후 친박계 내에서도 개정 국회법의 재의 날짜로 예고된 6일까지는 '일단 기다린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럼에도 김 최고위원이 이날 또 한번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자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해도 너무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원 정책위의장은 "긴급 최고위를 한 지가 불과 3일밖에 안 됐다"면서 "1주일을 못 기다리나. 유 대표에게 계속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지사지란 말이 있지 않나"라면서 "유 대표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원 정책위의장은 준비된 원고 없이 즉석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최고위 회의의 공개 부분은 이처럼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언론 비공개로 전환된 후 회의가 이어진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은 이날 원 정책위의장 말에 재반박을 하겠다며 "제가 한 말씀 더 드리겠다. 잘못 전달되면 안 된다"고 나섰다가 화를 자초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말을 자른 후 "회의 끝내겠습니다"라고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최고위원이 '대표님'이라며 김 대표에게 항의하자 김 대표는 다시 언성을 높이며 "회의 끝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할 수 있느냐'는 김 최고위원의 거듭된 항의에도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 후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김 최고위원은 '고정하라'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조언과 그의 팔을 잡고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만류에도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까 얘기하는 거 아니냐.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데 분명한 (사퇴의)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보다 못해 "X새끼들도 아니고 그만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김 의원은 이같이 욕설을 한 것에 대해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매일같이 너무하잖아. 서청원 대표(과거 직함)도 나가면서 '김태호 너무하네' 그러시지 않나"라면서 "(김 최고위원이) 친구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치고 나서도 설전을 이어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한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숙고한다고 했으니 기다려야지"라고 말했다. 김대표 측은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하는데 공개와 비공개 회의의 의미도 모르고 (김태호 최고위원이) 그런 말을 한 것에 김 대표가 굉장히 유감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화가 많이 나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김태호 최고위원은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연평해전 전사자 개죽음' 발언에 대해서도 이날 "이 순간까지 어떤 유족으로부터도 김태호의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면서 "유족이 유감이라고 한다면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새누리 김태호, 연평해전 '개죽음'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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