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10여 개 병원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와 밀약을 맺고 노동자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데 적극 동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3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20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6차 산재은폐 실태조사 결과, 62건의 은폐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방문조사(16건), 설문조사(26건), 현장즉보(20건) 등을 통해 이번 은폐 사례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와 병원과의 유착관계다. 건강대책위는 병원이 업체와 짜고 산재를 은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62건은 모두 병원에서 은폐한 사례다.
건강대책위 조사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A하청 총무는 "현장에서 다치면 우리가 미리 전화를 걸어 알아서 해 달라고 요구하면 지정병원이 그렇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산재 은폐 환자를 받기 위해 명절 때 업체 총무들에게 과일과 선물세트가 배달되기도 한다는 것.
건강대책위는 "(병원에 치료받기 위해 온 사람이) 다친 상태로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 누가 봐도 일하다 다쳤음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개인적 질병', 또는 '계단에서 굴렀다'로 초진차트에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대책위는 "결국 병원과 업체와의 유착관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의사로서 최소한의 윤리도 병원의 영리와 탐욕 앞에서는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고용노동부도 비판했다. 이들은 "수차례 노동부에 방문해 병원과 업체의 유착관계, 그리고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촉구했지만 인력부족과 법적 근거를 이유로 들며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업체와 병원과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상 산재은폐의 악순환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더불어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대한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현대중공업은 작년 9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14일, 6월 11일 두 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산재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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