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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3수'해서 '3위'한 昌, 어디로 가나?

96년 자민련이냐, 2000년 민국당이냐

이회창 후보의 '대선 3수'는 3위로 종결됐다. 15% 득표율을 넘겨 선거비용을 돌려 받게 됐지만 내심 바랬던 20% 수준엔 못 미치는 결과다. 참패라기엔 야박하고 선전이라고 평가하기도 애매한 결과다. 하지만 일단 신당의 교두보 자체는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으로부터 받은 '배신자'라는 손가락질, 보수 분열에 대한 책임론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일정하게 상쇄됐다. 이처럼 정치 재기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일부 평가 속에도 선거전 와중에 패색이 짙어지자 그가 의지를 보인 '이회창 신당'의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애당초 불가능한 대선

이 후보는 막강한 참모진, 브레인 그룹을 자랑했던 2002년 대선 때와 달리, 전국선거의 경험이 있는 참모가 강삼재 정무팀장이 유일할 정도의 인물난에 시달렸다.

'대선 잔금을 꿍쳐뒀던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이흥주 특보가 당사에서 휴대전화기를 들고 "6천만 원 만 빌려달라. 후보 이름으로 차용증을 써준다"고 누군가에게 읍소하는 장면이 목격될 정도의 자금난도 겹쳤다.

효율적인(?) 선거 캠페인은 무소속으로 나선 '왕년의 스타'에게도 필연이었다. 이 후보 자신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데 앞장섰다. 그는 출마 선언 당일 좁디좁은 사무실 책상 위로 냉큼 뛰어올라가 "바닥부터 시작하겠다. 나에게 총재라고 부르지 마라. 여러분과 나는 다 같은 동지다"고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 선거운동 기간 이회창 후보의 열렬한 팬들은 주로 노년층에 국한됐다ⓒ뉴시스

'그야말로 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과거의 이회창은 온데 간데가 없었다. 그의 유니폼은 점퍼였고 주식은 국밥이었다. 기자실을 불쑥 불쑥 찾아와 맨 뒷줄의 기자와도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에 한 기자는 "5년 전에는 '용안'뵙기도 힘들었다'며 감격 아닌 감격을 하기도 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날계란 세례를 받고 "마사지 잘 했다"고 너털웃음을 짓는 장면에선 결기와 여유가 동시에 비치기도 했다.

출마 직후 극우적 대북관을 트레이드로 내밀었다가 먹히지 않자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 공략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선거전술도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내부 평가. '차떼기' 멍에, '제2의 이인제'라는 주홍글씨는 여전했지만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이 워낙 막심하다 보니 이 후보에게 날아오는 화살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이 후보에게 반부패연대를 제안했을 정도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BBK는 뇌관이 해체됐고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근혜 지지자들이 큰 힘이 되긴 했지만 냉정히 말하면 그들 역시 '이명박이 싫은데 박근혜가 출마하지 않아서' 이 후보를 지지했을 뿐이다.

또한 이 후보는 '왜 이회창이냐'는 본질적인 물음에 노년층, 극보수층을 제외한 유권자들에게는 답을 주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이 후보는 선거전 중반 급속하게 2008년 4월 총선으로 눈을 돌렸다. 국민중심당을 끌어들여 보수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극우 보수와 충청권을 기반으로 보수당을 건설,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내년 4월을 겨냥한 싸움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에도 이탈자가 생겼고 민주당 일각도 자진투항했다. 심지어 햇볕정책 전도사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도 이 후보의 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철새' 꼬리표를 달고 이 후보 진영으로 투항한 이들이 총선에서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회창당'의 두 갈래 길

이회창 신당의 미래는 '천당 아니면 지옥'이나 다름없다. 두 가지 전례가 '이회창 신당'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1996년 실시된 지난 15대 총선에서 김종필 당시 총재가 이끈 자민련은 보수층을 집중 공략한 결과 충청권과 대구 경북을 석권해 41석을 얻었다. 이후 신한국당 이탈자와 무소속을 끌어들여 50석까지 몸집을 불렸다. 이를 밑천으로 자민련은 다음해 DJP 연대를 통해 정권 지분 50%를 얻어냈다.
▲ 햇볕정책의 전도사에서 이회창 선대본부장으로 변신한 김혁규 전 지사, 이회창 진영에 대해 한나라당은 '철새군단'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뉴시스

반면, 2000년 16대 총선에 등장했다가 소멸한 민국당은 이회창 신당 입장에선 생각하기도 싫은 케이스다. 김윤환, 조순, 이기택, 이수성, 장기표 등 왕년의 명망가들이 총집결했지만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두 당의 차이점은 뭘까? 1992년 민자당 간판으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초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40년 지기이자 민정계에서 김영삼 대세론을 펼치는 데 한 몫 했던 박준규, 김재순 등의 원로그룹을 재산공개 카드로 쳐냈고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철언은 감옥으로 보냈다.

또한 지금으로선 상상키도 힘들지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어떤 이념도 민족보다 우선할 순 없다"며 화끈한 대북유화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구(舊)민정당, 구공화당 지지층에선 동정여론이 급속히 확산됐고 집권 4년 차로 힘이 빠지던 1996년 비로소 자민련의 탄생이 가능했다.

대구경북과 충청권의 반김 정서, 공화당-민정당으로 이어진 전통적 여당과는 이념적 색깔을 달리하는 신한국당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 당시만 해도 소구력을 지니고 있던 김종필, 박철언이라는 인물 등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반면 2000년 민국당의 상황은 달랐다. 신한국당처럼 한나라당에서 '팽' 당한 인사들의 집합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친정은 비록 야당이었지만 원내 제1당이었고 당시만 해도 2년만 흐르면 자동적으로 정권을 잡을 것이란 희망이 넘치는 곳이었다.

민국당에 명망가는 많았지만 하나같이 2000년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하나같이 '올드보이'에 불과했고 이념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과 다를 것도 없었다. 애초부터 블루오션을 찾기 힘든 세력이었다는 뜻이다.

昌의 미래는 박근혜 손에

'이회창 신당'이 어떤 길로 접어들지는 예단키 어렵다. 4월까지의 정국 유동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1996년 자민련 쪽보다는 2000년 민국당 쪽에 가깝다.

이미 곽성문 의원이나 김병호 전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회창 캠프의 이데올로그였던 유석춘 교수나 이명박 후보의 복심인 정두언 의원 모두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인물의 질'이 문제다.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당선 가능성' 보다는 있는 일단 공천이라도 받고 보자는 인물들이 '이회창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병호 전 의원이 캠프로 옮긴 지 얼마 안 돼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배지를 날려버린 것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 출신 왕년의 '동교동 용사'들의 면면도 별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이회창 빼면 오합지졸인 셈이다.

게다가 내년 총선은 새 정부 출범 후 2개월 만에 열린다. BBK 특검이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10년 만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을 떠나 미래의 신당으로 옮길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이념적 소구력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 캠프는 자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대북 유화적이어서 이회창을 찍었다'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탈보수 드라이브 강도에 따라선 한나라당에 만족 못하는 극우보수층이 없진 않다.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 시스템에서 극우보수층의 표심이 집결한다고 해도 두 자릿수 의석을 창출하긴 쉽지 않다는 게 이념 지형도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이 같은 난관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다시 '박근혜'로 귀결된다.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끌어내면 천군만마를 얻는다. 보수 진영의 역관계도 사뭇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대선 막판 삼성동 집 앞까지 세 번이나 찾아온 이 후보의 삼고초려를 문전박대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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