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국민일보> 정치부장과 편집국장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나 김 수석 전화 이후 국민일보에 실리기로 했다는 정부 광고가 빠졌다는 것.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국민일보지부)가 19일 밝힌 데 따르면, 김 수석은 <국민일보>가 출고한 "박근혜 '살려야 한다' 사진 패러디 봇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불만을 품고 지난 16일 박현동 편집국장에게 "이게 기사가 되느냐"고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국민일보지부에 따르면 박 국장은 "기사가 되는지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일보지부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사를 문제삼아 편집국장에게 직접 전화한 것도 문제지만 이후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19일자로 예정됐던 정부부처의 '메르스 관련 광고'가 빠져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19일 대부분의 일간지 1면 하단광고에는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메르스가 우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국민안전처, 문화체육관광부 광고가 실렸다.
국민일보지부는 지난 18일 정부광고 대행업무를 하는 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이 국민일보 측에 "광고를 취소하겠다"고 했고, 이는 광고주인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광고를 집행한다고 이 사안을 회피했고,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아무 힘이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관련해 김 수석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다는 것이 국민일보지부 측의 주장이다.
국민일보지부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편집국에 항의 전화, 사전에 예정됐던 정부 집행 광고의 취소, 담당 관계 기관 "우리는 아무 힘이 없다" 발뺌.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함께 이겨내겠다는 믿음을 말하면서 '정부 대처를 꼬집는 언론'은 배제하겠다는 식이다. 이는 과거 7~80년대 비판적인 기사에 대한 광고 탄압이 아니고 뭔가"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이 또 하나의 언론탄압 행위가 아니었으면 한다. 심각한 메르스 사태 앞에서 언론탄압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김병호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어느 부처의 누구에게 연락을 받아 국민일보 광고 집행이 빠지게 됐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6일 국민일보 보도국장에게 왜 전화를 했는지, 누구의 지시로 했는지, 아니면 본인이 판단하고 전화를 했는지, 평소에도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론사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에 말한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 온갖 괴담은 물론 심지어 '메르스 퇴치' 부적까지 돌고 있다. 이 이유가 어디에서 왔다고 보는가. 여기에 정부 잘못은 없다고 보는가. 틀어막는다고 될 문제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김 수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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