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날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문형표 장관을 향해 병원 정보 공개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질의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문 장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범정부적 대책기구를 지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정부는 유입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었고, 격리 대상을 협소하게 잡았다"며 "격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고, 일대일 모니터링 계획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고 비판했다.
문형표 "청와대는 공개하라고 했지만, 병원 이름 공개하는 데 시간 걸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청와대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병원 정보를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문형표 장관은 "(청와대는) 국민에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하셨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방어하면서도, 병원 이름을 뒤늦게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초기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문 장관은 "무작정 병원을 공개하면 (국민이) 이 병원, 저 병원에 가면서 상당히 당황하실 것"이라며 "격리 병원, 콜센터, 문진 시스템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혼란이 없기 때문에 (공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명 공개 당시 복지부는 일부 엉뚱한 병원명과 소재 지역을 내놓아 비판을 자초했다. "사전 준비" 때문에 늦었다고 했는데, 그 사전 준비조차 제대로 돼 있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새누리당 유의동 "문형표는 낙제점"
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인 평택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환자 이송 대책에 대해서 장관은 몇 점으로 평가하느냐"면서 "저는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몰아세웠다.
유 의원은 최초 발생 병원인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5명이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경주까지 가야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확진 환자 9명을 처리할 수 없는 게 정부 대책인가"라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코에 바셀린을 바르고 집에 양파를 두면 메르스가 예방되느냐"라고 물은 뒤, "장관이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바셀린과 양파를 구하러 평택 지역 학부모들이 뛰어다니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게 평택 시민이 무지해서 생긴 일인가? 정부가 자료 공개만 했어도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정부가 초기에 2미터 이내 1시간 접촉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 고작 64명만 격리하고, 같은 병동과 병실에 있던 환자들을 다 놓쳤다"며 "공기 감염에 준하는 전파 경로에 대비하는 것이 방역의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아직도 감염병 전담 병원 체계 제대로 못 대응"
김 의원은 "지금 국립중앙의료원을 갑자기 비워서 허둥지둥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만든다는데,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감염병 유행을 겪고도 지금도 우리가 대비를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도 "그동안 신종플루, 사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을 대응하며 발간한 백서를 보고 공부했다면 대응 방안은 더 진일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수 공통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무방비 상태"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은 "복지부 장관은 사태 수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장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며 "메르스 사태가 불거진 원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한편, 문 장관은 이날 국가 지정 격리 병원이 부족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목희 의원은 공기 압력이 낮도록 설계된 병상인 '음압 병상'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문 장관은 "민간 병원과 협력해 병상을 구축하는 중"이라고만 해명했다.
이 의원은 가정집은 자가 격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시설 격리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문 장관은 "현행법상 시설 격리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면서 "필요할 경우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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