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5일 오전 기준으로 확진환자는 41명, 사망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확진환자는 입원환자만 아니라 가족, 면회객, 의료진, 군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을 넘어 지역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환자 관리에 있어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2박 3일간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무런 격리 없이 병원에 방치된 일부터, 정부당국의 자가격리자 관리 소홀까지 메르스 환자 관리에 있어서 초동대응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5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환자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초기대응은 완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보호지침조차 없는 병원 부지기수
이들이 병원 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메르스 의심환자가 입원한 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감염가능성을 알려달라고 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최초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알려줄 수 없다"며 "(최초환자와) 의심환자가 접촉한 적 없으니 메르스가 아닐 것"이라며 확진판정이 날 때까지 입원시킬 것을 요청했다. 결국, 이 환자는 입원 3일째에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조치 없이 메르스 환자가 2박 3일간 방치된 셈이다.
자가격리자 관리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이를 접촉했던 의료진이 자가격리조치를 받았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확진판정 환자는 가택격리 4일째에야 체온과 몸 상태를 체크했을 뿐이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41명의 확진환자 중 5명이 의료진일 정도로 의료진 감염위험이 높지만 의료진에 대한 보호지침조차 없는 병원도 상당했다. 의료진이 병원에 보호장구를 요청하자 "질병관리본부에서 N95 마스크 착용지참만 나와 있다"며 이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게다가 전염병에 대비한 N95 마스크 등 일반적인 보호장비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병원들도 다수 확인됐다.
메르스 환자 입원 시 담당할 인력준비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보건의료노조가 2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메르스환자 입원 시 인력운영계획이 있는 곳은 6곳(28.5%), 메르스 환자 투입 시 치료를 위해 즉시 투입될 인력과 교체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곳이 20곳(95.2%)이었다.
의사, 간호사 및 직원들이 신종감염병 감염관리 교육 및 훈련을 받은 곳은 7곳(33.3%) 뿐이었고, 메르스환자 대응을 위한 질병관리본부의 메뉴얼과 의료기관의 자체대응지침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했다고 한 곳은 11곳(52.3%)이었다.
보건의료노조 "방역체계는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평균감염률은 환자 1명당 0.6명~0.8명"이라며 "그러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명의 환자가 무려 29명을 감염시킨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크지 않고, 3차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지만 3차 감염환자는 11명(26.8%)으로 늘어났고 최초의 3차 감염환자 사망사례까지 발생했다"며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가 600명으로 늘어났고, 격리자는 1600명으로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가 사회적 대혼란과 총체적 국난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정부의 초기대응도 질타했다.
이들은 "신종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은 배제되었고, 그 사이 대한민국 방역체계는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며 "초기대응에서 메르스 확진환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조사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무방비상태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위기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한 범정부적 대책기구 구성 △오염병원을 공개하고 치료병원을 안전하게 유지, 지원 △거점병원을 추가 확대하는 메르스 3단계 진료시스템 구축 △환자발생병원과 접촉대상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검사를 통해 메르스 방역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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