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제주 관광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3일 <제주의소리> 확인 결과, 최근 일주일새 메르스 감염 우려로 인해 예약된 제주여행 일정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인 A사의 경우 최근 단체 10팀, 총 5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전체 예약 건수의 10%에 달한다.
취소 이유는 모두 메르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A사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 환불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리 잡아뒀던 3일치 호텔 예약을 모두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언론에서 한국에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 방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비가 많이 남았다"고 걱정했다.
대형여행사인 B사는 최근 일주일 사이 4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보통 이 시기 한 달 중국인 이용객 수가 2000여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미미한 편이지만 역시 앞으로가 문제다.
B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여행사에 비해 취소 건수는 적다"면서도 "안심할 수 없어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일정을 취소하는 관광객 수는 앞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약 취소 대신 일정을 변경하는 관광객 수도 늘고 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의 약 70%는 서울 등 내륙지방을 경유하는데, 최근 수도권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이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제주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여행사로 알려진 C사의 관계자는 "하루에 2~3팀, 100명 정도가 여행일정 내내 제주에 머무는 쪽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스를 이유로 취소한 팀은 1~2팀, 총 30~40명 수준"이라며 "여행 일정을 통째로 바꾸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인들뿐 아니라 국내 수학여행단의 발길도 움추러들고 있다.
초중고 수학여행단을 주로 모집하는 D여행사는 최근 예약된 일정 중 50%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 인원은 자그마치 2500명에 이른다.
D사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타 지역으로의 수학여행이 취소·연기되는데다 관공서나 정부기관의 연수도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단체관광객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쯤되자 도내 관계기관들도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 뾰죡한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일본이나 다른 지역 관광객의 취소 사례는 거의 없지만, 중국인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행사별로 최근 예약현황을 조사하고, 제주도 등 관련 기관과 함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기존 방역상황반(반장 보건위생과장)을 대책본부(본부장 주의단계시 보건복지여성국장, 경계단계시 행정부지사)로 확대하고, 중국 등 제주 직항노선을 통한 입국자에 대해 전원 발열감시와 체온측정 검역을 실시하는 내용의 방안을 1일 발표한 바 있다.
3일 오후 4시에는 관광 관련 유관기관을 비롯해 교육청, 검역소, 출입국관리사무소, 종합병원, 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원희룡 지사가 직접 주재하는 메르스 대책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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