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각종 '이명박 법안'을 처리하자"는 신당과 "대선 이전 임시국회는 없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임시국회 개회 첫날부터 형성된 대치국면은 당분간 격화될 전망이다.
"의사일정 합의해 오라" 주문에…"답답하네"
한나라당과 의사일정 합의 없이 이날 임시국회를 소집한 신당은 '직권상정'까지 제기하면서 탄핵소추안 처리 강행을 선언했고, 이에 한나라당도 '물리적 저지 방침'으로 맞서면서 국회는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갔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처리될 때까지 비상대기상태를 유지해 달라"면서 "지역에서라도 언제든지 바로 오실 수 있도록 인원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대오전열'을 당부했다.
신당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본회의장에 미리 자리를 잡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물리적 저지'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미리 본회의장에 입장하자는 방침에 따른 것.
그러나 임채정 국회의장이 양당의 의사일정 합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신당의 움직임에는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 직접 연관된 사안인데다, 양당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이를 처리했을 경우에 뒤따를 책임논란에 대한 부담에서다.
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합의를 요청하는데 한나라당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한 쪽이 거부한다고 해서 본회의를 계속 열지 못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거부할 경우 다시 의장님께 개의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면서 '직권상정'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물리력을 동원해서라고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의 이러한 입장이 확인되면서 본회의 '보이코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날 발의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고, 좌석에 엎드려 휴식을 취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후 김효석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했지만 회담은 곧 결렸됐다.
회담 직후 안상수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일단 오늘은 양 당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회담이 결렬됐다"면서 "그러나 오늘 이후에도 회담은 계속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입장은 임시국회 자체가 20일부터 열려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신당 지도부는 다시 임채정 국회의장을 만나 본회의 개의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하면서 이날 본회의는 열리지도 못하고 상황은 그대로 종료됐다.
"탄핵소추안 통과에 최선" vs "국민주권 외면한 정략일 뿐"
물리적 충돌은 일단 피해간 셈이지만 양당의 공방은 본회의 무산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무산 직후 "의사일정을 합의해 오라는 국회의장의 주문에 의해 협의를 했지만 한나라당은 대선 이후에 임시국회를 열자는 입장을 고집해 결렬됐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원내대표 간의 의사일정 협의는 강제조항이 아니고 관례적, 통상적인 일인데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이 끝까지 본회의 소집에 불응할 경우에는 365일 내내 국회를 못 연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임채정 국회의장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 됐을 때는 국회의장도 본회의 개의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BBK 특검법과 수사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당은 11일에도 의원총회를 여는 한편 임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역사상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본회의를 열거나 정략적인 안건을 처리한 사례는 전무하다"면서 "검사들의 탄핵소추안을 위해 신당이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주권을 외면한 정략적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심 부대표는 "특히 본회의를 여는 것은 국회법상 교섭단체 간 의사일정 합의가 있어야 하고, 탄핵소추 발의도 공무원의 헌법위반 사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신당은 이번 BBK 수사에서 검찰의 헌법 위반이 무엇인지 적시하라"고 역공하기도 했다.
양 당 원내대표들은 11일에도 회담을 갖고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 당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만큼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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