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6월 임시국회 대비와 총선 대응전략 마련 등을 목적으로 1박 2일간 열었던 의원단 워크숍을 마쳤다. 워크숍은 총선 전략과 4.29 재보선 평가, 경제정책 기조, 당 혁신방안 등이 두루 논의된 자리였다. 그러나 비노그룹의 핵심 인사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불참한 데다, 의원들이 속에 쌓아놓은 이야기를 터놓고 하기보다는 자중지란을 우려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되면서 한계를 남겼다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대표는 3일 오후 워크숍 수료식 인사말에서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는 국민의 어려운 삶을 깨닫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세워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정당을 만들자는 결의를 함께 다졌다"며 "6월 국회를 '안전과 민생 총력 국회'로 규정하고 메르스 대책, 최저임금 인상, 생활비 경감, 전월세난 해소, 법인세 정상화, 조세정의 실현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문 대표는 "이번 워크숍에서 모두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 사심 없이 혁신에 전력하자는 총의를 확인했다"며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이기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결국 총선승리,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기는 정당이 되기 위해 당 체제 정비를 혁신해 나가겠다"며 "총선 정책공약을 기획하는 등 총선 준비를 일찍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나갈 때는 하나로 일치되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목표였는데,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진행할 부분은 다음에 계속 기회를 가지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는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한 워크숍 마지막 세션이 '원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발언 시간을 제한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과 무관하지 않다. 강치원 강원대 교수가 이날 워크숍에서 강의한 '원탁 토론' 방식은, 참석자들에게 동등한 발언 시간을 주고 차례차례 순차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다.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지만, 즉각적 맞대응이나 반박이 불가능한 '차가운 토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의원들에게 주어진 1인당 발언 시간은 3분이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분임토의를 하러 식당으로 이동하다가 동료 의원들에게 "이게 뭐하자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워크숍 마지막 순간에 토론이 없어 강한 불만"이라며 "이번 워크숍은 4.29 재보선 패배 후 의원들 모두가 무제한 끝장토론을 통해 처절한 반성, 치열한 논쟁, 멱살잡이 싸움이라도 해서 미래로 가도록 해야 했으나 원탁회의라는 미명으로 토론을 봉쇄했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원탁토론 세션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박 전 원내대표가 했던 이의를 제기한 발언 내용에 대해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좀 더 격렬하게 드러내놓고 있는 그대로 토론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시간이 짧고, 또 원탁토론 중심으로 하다 보니 소통을 허심탄회하게 하는 기회가 부족했다. 호남 민심 이야기는 격론을 벌이며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박 전 원내대표 외에도 박병석·전순옥 의원 등이 이에 동조했다면서 "(토론) 시간이 짧고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조만간 제대로 당의 혁신 방향과 당내 갈등 문제를 어떻게 단합할 것인가를 가지고 반나절 의원총회를 하자, 미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시 한번 토론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의원총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날 문 대표가 워크숍 인사말에서 "계급장을 뗀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우리가 다시 하나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했지만 결국 '계급장 뗀 토론'을 못해 다시 의원총회를 하게 된 셈이다. 비단 원탁토론 세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날 밤의 4.29 재보선 평가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도 재보선 직후 터져나온 지도부 책임론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김·안 전 대표의 불참도 워크숍 분위기에서 김을 빼는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전날 밤 4.29 재보선 평가 세션의 분위기를 "아주 차분한 분위기", "평화로웠다" 등의 말로 설명하며 "워크숍까지 와서 또 싸움하면 언론이 가만 두겠느냐"고 했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이 두려워 당 내의 문제를 드러내 놓고 풀지 못하고 봉합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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