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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서울시청에 100명의 슈퍼 영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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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서울시청에 100명의 슈퍼 영웅이 뜬다!

기후 변화 문제를 고민하는 '세계 시민 회의' 열려

2009년 9월 26일, 38개국 44개 장소에서 3860명의 평범한 시민이 모였다. 아시아의 방글라데시·베트남, 아프리카의 우간다·남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칠레, 캐나다·미국 등 전 세계 곳곳마다 100명 남짓한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사전에 성, 연령, 직업, 학력 등의 대표성을 염두에 두고 무작위로 추려진 이들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논의할 의제를 미리 검토하고 나름의 권고를 내는 것. 이를 위해서 사전에 이들에게는 기후변화협약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해설한 자료가 배포되었다. 그리고 26일 행사 진행 중에 이 자료와 동일한 내용의 영상도 상영되었다.

오전 9시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서른여섯 시간 후에 미국의 애리조나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끝났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기후 변화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놓고서 의견을 나눈다고 무슨 성과가 있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다른 전 세계 44곳의 장소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하루 동안의 토론 과정 속에서 전 세계 44곳 3860명의 시민은 거의 예외 없이 한결같은 권고를 내놓았다.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아라!" "선진국뿐만 아니라 저개발 국가도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정하라!" "온실 기체 감축의 노하우를 가진 선진국은 저개발 국가에게 기술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에게 벌을 주자!" "각국 대표는 오는 12월에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당장 신속하고 강력한 행동을 취하라!"

물론 이런 시민의 권고는 2009년 12월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놓고서 '전 지구적인 규모의 시민'이 참여한 이 행사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당장 2015년 6월 6일,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된다.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라!

오는 6월 6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전 세계 94개국, 총 1만 명이 참여하는 '기후변화협상에 관한 세계 시민 회의(World Wide Views on Climate and Energy, WWViews)'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대학교 과학기술민주주의연구센터와 기후변화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해서 서울시청에서 100명의 시민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이번에 열리는 세계 시민 회의도 2009년에 열린 행사와 마찬가지로 오는 11월~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상 제21차 당사국 총회의 쟁점을 놓고서 시민들이 격론을 벌인다. 오는 총회가 2020년 이후부터 전 세계 각국이 온실 기체를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지 정하는 자리라는 걸 염두에 두면, 이번 행사의 의미는 더욱더 각별하다.

이번 세계 시민 회의도 앞에서 소개한 2009년 행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론 조사 전문 기관에 의뢰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발 방법을 활용해 100명의 시민을 선정했다. 이렇게 선발된 100명에게는 6월 6일 행사 2주 전에 기후 변화와 그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한 자료가 배포되었다.

이 자료는 세계 시민 회의를 앞장서 추진한 덴마크기술위원회(DBT) 재단이 사전에 작성해 행사에 참여한 각국의 언어로 사전에 번역된 것이다. 행사 당일에는 이 자료와 동일한 내용의 5~10분 분량 5개로 구성된 동영상도 상영된다. 이 동영상 역시 DBT 재단이 제작하고 나서, 번역 작업을 거쳤다.

이렇게 제공된 균형 잡힌 정보를 염두에 두고 시민 100명은 6일 서울시청에 모여서 7~8명 단위의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과 숙의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들은 평소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서 깊이 고민해 보지 못한 기후 변화나 에너지 문제를 놓고서 본인만의 식견을 갖추게 된다. 이른바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 시민은 자신의 견해를 미리 준비된 설문 조사에 응하는 것으로 표출한다. 각국에서 모아진 설문 조사 결과는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입력되고 공개된다. DBT 재단 등은 이 결과를 종합해서 기후변화협약 제21차 총회 실무 협상 과정에 반영되도록 압력을 행사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 대표, NGO(비정부기구)와는 다른 세계 시민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

▲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세계 시민 회의(2012년)에서 미국 워싱턴의 한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기록하고 있다. ⓒwwviews.org

전 지구적 시티즌십의 탄생

가톨릭대학교 과학기술민주주의연구센터 이영희 교수는 이 세계 시민 회의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이영희 교수는 "2004년 시민과학센터가 주최한 '원자력 중심의 전력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합의회의처럼 국내에서도 과학기술·환경 정책에 시민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시민 참여 실험이 있어 왔다"며 "하지만 이번 행사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 같은 세계 차원의 문제에 대한 세계 시민의 참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세계 시민 회의는 이상향으로만 얘기되던 전 지구적 시민 사회(global civic society)'를 어떻게 형성할지 보여주는 한 본보기"라며 "또 한국 시민들이 기후 변화라는 세계 공통의 당면 문제를 놓고서 다른 나라 시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숙고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전 지구적 시티즌십(global citizenship)'을 함양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총회 두 달 전에 열린 2009년 행사가 총회의 의사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이번 세계 시민 회의 결과는 11~12월 파리 총회 전의 실무 협상 과정에서도 고려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 곳곳의 시민의 숙의한 결과가 총회 의사 결정에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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