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탁해 줘도 李는 부패후보"
포문은 정동영 후보가 먼저 열었다. 기조연설에서부터 정 후보는 "솔직히 이 자리에서 탈세,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는 후보와 나란히 앉아 TV토론을 한다는 것이 창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는 "미국 같으면 BBK가 아니어도 이 후보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면서 "가짜와 위장이 판치고 있는 대선판도에서 거짓과 진실을 가려줄 힘은 국민들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후보는 김경준 씨가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면에서 부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진실이 사라졌고, 개인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신뢰등급이 그 나라의 신용등급"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정치·외교·안보분야였지만 정 후보의 '이명박 직격탄'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정 후보는 "검찰은 이명박 후보를 세탁해 주려고 했지만, 이 후보가 부패한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도 했다. 정 후보의 비판이 이어질 때마다 이명박 후보는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범죄자 말 믿나" vs "범죄자와 동업한건 이명박"
이명박 후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 후보는 "오늘은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정동영 후보는 어떻게 전쟁을 하러 나온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정 후보는) 평화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비꼬았다.
이 후보는 "대힌민국의 검찰을 안 믿는다는데, 그러면 범죄자의 이야기는 믿는다는 것이냐"면서 "검찰은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한 검찰"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혹시 북조선 검찰이 조사했다면 믿어줄 것이냐"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에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범죄자의 이야기를 믿느냐'고 하지만 이 후보는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느냐"면서 "그것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해 동업한 것이 아니냐. 대답하라"고 재반박했다.
정 후보는 "이 정부 들어 권력기관에 자율을 주고 국민의 품에 돌려 보냈는데 검찰은 그것을 악용해 이명박 후보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경준 메모'를 보면 '한국의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 한다. 이명박 이름 석자를 빼면 징역 3년에 맞춰주겠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경악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보다못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 경호인이 된 것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으니 오늘은 북핵문제를 토론하자"고 점잖게 권유했을 정도였다.
鄭-昌 "말바꾸기 이명박, 믿을 수 있겠나"
이날 토론의 주제인 외교·안보분야를 두고도 전면전이 이어졌다.
정동영 후보는 이 후보의 '오락가락 대북정책'을 언급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상황에 따라 말을 계속 바꿔 왔다"며 "외교의 기본은 신뢰와 일관성인데 국민이 이명박 후보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핵실험 때 이명박 후보는 '전쟁불사'에 가깝게 이야기를 하더니 북미대화가 시작되자 '신대북정책'을 만들었고,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엔 '당의 대북정책이 아니다'고도 했다"면서 "특히 뒷거래로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했다가 국가망신을 시킨 후보가 어떻게 당당한 외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남북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일관성"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자리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면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가 아니다"면서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이명박 후보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북핵폐기가 남북한의 과제이지만 인도적 지원도 할 것이다. 다만 국군포로, 이산가족, 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협력도 하자는 것"이라고 방어선을 쳤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도 제 일관된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굳이 (나와는) 다르게 말해 출마의 변을 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시면 일관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철 지난 강경노선을 뒤따르고 있는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견해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격정의 정동영…몸낮춘 이회창…삐딱한 이명박?
한편 이날 TV 토론회가 각 후보 간의 첫 번째 상호토론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각 후보의 노력도 돋보였다.
그 동안 "TV토론에 나서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이명박 후보 측과 "토론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문국현, 권영길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작용하면서 토론회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
앵커 출신의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발언시간마다 격정적인 몸짓을 섞어가며 '이명박 저격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기호 12번, 꼴찌 이회창입니다"라는 재치있는 인사말로 눈길을 끌었고, 민노당 권영길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비교적 안정적인 토론을 이어 갔다.
다만 그 동안의 유세일정 강행군으로 목을 혹사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다른 후보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헛기침을 계속해 눈총을 샀다.
특히 상반신을 등받이에 붙이고 어깨를 삐딱하게 늘어뜨리는 등 이 후보가 자신의 발언시간에서까지 보여 준 '불량한 태도'도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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