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요약하면 '민의에 밝고, 실천력·소통 능력이 뛰어난 헌신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정도다. 여전히 추상적이지만, 전날까지 언급을 꺼리던 인선 작업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은 셈이어서 혁신위 구성이 본격화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김부겸 전 의원과 회동을 가진 것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8일 오전 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이들 혁신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 말씀하신다"며 "위원 분들은 어떤 분들이 돼야 할 것인가, 첫째는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잘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이고, 둘째는 혁신안을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실력 있는 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를 통해서 국민, 당원과 소통하고 국민의 희망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실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덧붙이자면 모든 것을 국민과 당원을 위해서 내려놓을 수 있는 것 또한 실력이다. 이런 자질과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혁신위원이 되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단체장 여러분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새정치연합과 연계되지 못하는 부분도 일부 있고 국민과 당원들이 미처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하며 "당이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는 당으로 발전되는 데에 여기 계신 단체장 여러분들의 노력과 소통이 더욱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상곤, 김부겸·상임고문단 등 잇달아 회동…김한길·박지원·주승용과 단독 회동설은 부인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지방분권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지방분권추진단 또한 2.8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연합이 마련한 일종의 혁신기구 가운데 하나이지만, 문재인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에 당 쇄신작업과 관련한 전권(全權)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혁신위원 자리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김 전 의원에 이어 이날 오전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만났고, 오는 1일경 당 상임고문단들을 만나기로 했다. 상임고문단은 당 대표나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들로 이뤄져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이 김한길 전 대표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등 비주류 인사들과 개별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으나, 김 위원장 측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김 전 대표 및 박 전 원내대표 측에서는 모두 '김 위원장이 전화로 '곧 한 번 뵙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만날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후 이들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당 내 주요 인사들에게 전화 인사를 돌렸었다. 전직 대표로 당연직 상임고문인 김 전 대표가 1일 상임고문단 회동 자리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김 전 대표 측은 이날 오전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며 상임고문단 회동 일정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상곤 혁신위' 띄워 놓고 文측-비주류 신경전 재연
한편 '김상곤 혁신위' 출범 이후에도 새정치연합 내의 계파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아침 기초단체장협의회 간담회에서 "좋은 분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셨기 때문에 저희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혁신위원회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문 대표는 이어 "매번 선거마다 우리가 패배하면서 혁신을 얘기하고, 그래서 늘 계파·패권주의·탕평·개혁공천 등 과제들을 이야기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반드시 해야 될 혁신과제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혁신의 궁극은 우리 당이 국민들의 어려운 삶을 해결해주는 그런 유능한 경제정당, 생활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한길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번 혁신위원회의 혁신은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과 책임을 내용으로 담아내야 한다"며 "'패권 정치 청산'이야말로 우리 당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쓴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을지로위원회 2주년 출범식 축사에서도 "지금의 혁신위원회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선거 참패 이후의 책임론·반성·성찰이 '혁신'이라는 이름에 가려서 실종돼 버렸다고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를 두루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백의종군'을 언급하며 혁신위에 힘을 싣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사전에 작성된 메시지가 아니라, 문 대표의 축사를 들은 후 현장에서 추가된 발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같은 행사에서 "우리 당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의 현상은 재보선 패배와 그 책임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계파와 패권주의 논란 등"이라고 축사를 한 것에 대해 '남 말하듯 한다'는 비판적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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