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합병된다고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막바지 계열사 정리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과거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그룹 내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이른바 ‘순환출자’로 얽혀있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최근 1년 사이에 삼성그룹은 '계열사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비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순환출자 고리에 얽혀있던 계열사들을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을 해온 것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곧바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단순한 구조로 바뀌게 된다.
그래도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57% 밖에 되지 않기 때문. '통합 삼성물산' 체제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4.1%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이재용 부회장이 16.5%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계열사라는 점을 이용, 간접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은 다시 삼성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보강이 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금융회사이기에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5% 넘게 가질 수 없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중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은 각각 삼성SDS 지분 11.25%와 17.08%를 보유하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은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1.1%와 1.7%의 삼성전자 주식을 더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후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확보 등의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재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9월 1일 새롭게 출범할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