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올랐는데, 영업이익이 줄었다. 얼핏 보면 경영을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인건비를 지불하는 데 수익을 사용했다면 제대로 된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 기업은 국수나무, 화평동 왕냉면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하는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이하 '해피브릿지')으로, 장사 잘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 잘나가던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곳이다.
해피브릿지는 2013년 2월 협동조합 설립 당시, 15년 역사가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유통사업체였다. 자본 능력이 있고 매출 성장세가 높은 주식회사가 왜 아직 우리나라에서 검증이 안 된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전환했을까? 송인창 이사장은 거대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전환이 가능했다고 한다. 또 해피브릿지는 주식회사 정관에 협동조합적 운영원리를 담은 항목을 넣었다가 기획재정부에서 '상법상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기업 정신이 남달랐다.
"다른 기업과 달리 사람 중심 기업이었다. 직원에게 사주 형식으로 주식을 배당해 창업자 몇몇의 회사가 아니라 모두의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주식회사라는 옷은 입었지만 운영과 딱 맞지는 않았다."
입사 36개월 이후 조합원 자격, 출자금 1000만 원 이상
해피브릿지의 협동조합 운영 원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모두 포함한 평의회라는 제도를 뒀다. 지역, 나이, 입사 년을 기준으로 6개조로 나눠 대표를 2명씩 뽑고 비례대표로 선정한 여성 대표 2명을 포함해 전체 14명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의결권은 없지만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이사회에 전달한다. 스페인 몬드라곤의 사회평의회를 본떴다.
해피브릿지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사용자와 협상하지 않는다. 조합원이 참여하는 복지위원회와 인사제도위원회가 내용을 직접 만든다. 출자 배당을 7%로 하고, 노동 기여도를 반영해 배당하며, 기본급은 호봉제로 하고 경영진들은 연봉제로 한다는 배당·보상 체계안을 위원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직접 만들었다.
노동자협동조합은 기본 출자금이 높은 편이다. 해피브릿지는 1000만 원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회전 출자도 가능하고 회사 기금으로 대부해서 납입하게 한다. 올해 총회에서는 출자금을 연봉 수준으로 올리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130명이 일하고 있고 조합원은 75명이다. 비조합원은 주로 가맹점이나 생산 공장에서 일한다. 조합원이 되려면 입사한 지 3년이 지나야 한다. 일을 잘하는지 품성은 어떤지 지켜보는 기간이다. 입사 2년이 지나면 예비조합원 자격을 줘 협동조합 교육을 받는다. 조합원 심사는 교육 이수 여부와 팀장과 본부장의 평가로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하여 성장한 회사
"해피브릿지는 한두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17년 역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하고 결합하면서 성장한 회사다."
송인창 이사장의 회고는 1997년 서울과 대전의 두 그룹이 다른 지역에서 별도로 사업을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1997년 송인창 이사장을 비롯해 선후배 사이인 3명의 서울그룹은 지역의 농협과 손을 잡고 쌀 직거래 사업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대전그룹은 보리 자급력을 높이는 의미로 '보리식품'이라는 상표를 만들어 보리 냉면을 공급했다. 대전그룹은 보리냉면 사업이 실패로 끝나자 이들 중 일부가 보리식품이라는 브랜드와 기계를 갖고 나와 보리냉면을 만들어 대전지역 식당에 공급하는 사업을 이어갔다.
서울그룹과 대전그룹은 가톨릭교회 선후배 사이로 2000년에 만나 사업 협력을 약속했다. 보리식품이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하면서 대전에서는 냉면을 만들고, 서울은 지역별로 영업소를 만들어 거래처를 확보하여 판매망을 넓혔다. 이때는 각자 별도의 법인으로 2003년까지 사업을 이어갔다.
2003년 광우병 파동 때문에 냉면 갈빗집의 파산이 이어지자 당시 인천에서 유명했던 냉면집을 본떠 2004년 '화평동 왕냉면' 1호점을 냈고, 2006년엔 '국수나무'라는 외식 프랜차이즈를 열었다. 화평동 왕냉면은 1년에 120개의 가맹점이 생길 정도로 번성했고, 국수나무도 매년 가맹점 수를 늘려가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7년에 대전그룹과 서울그룹이 함께 '㈜푸드코아'로 통합법인을 설립하고, 2010년에 '㈜해피브릿지'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인 외식 프랜차이즈와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사업은 번창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 중심의 기업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애초 설립 이념이 '사람이 돈에 우선한다'였는데 이런 문화가 주식회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은 조직일 때는 '우리 모두의 회사'라는 생각이 있지만, 이제는 월급을 받기 위해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가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의 협동조합 도시다. 2010년부터 유럽의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을 탐방하면서 협동조합의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자 머뭇거림 없이 바로 협동조합을 준비했다.
협동조합 전환 이후 2년 동안 해피브릿지는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기업으로 자리를 탄탄히 잡았다. 지난해 2월에는 충남 공주시에 생산 공장을 확장 이전했고, 온라인 식품 사업도 운영한다. 외식 프랜차이즈로는 가장 먼저 문을 연 화평동 왕냉면을 비롯해 국수나무, 햄버거 가게인 더 파이브, 일본식 스테이크 전문점인 도쿄 스테이크, 친환경 식당인 하늘자미, 간이 음식코너와 PC방이 결합한 PC수작 등 6개의 브랜드에 400여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협동조합의 협동조합 사업체를 꿈꾼다
"해피브릿지를 떠나 독립해라, 자기 사업체를 개발해라."
해피브릿지의 사업 방향이다. 기업가의 관점으로 경영을 배우고 좋은 동료를 찾아 새로운 일을 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그룹이 생기면 법인을 설립할 때 출자하고 일정 기간 동안 인건비를 지원한다.
해피브릿지는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기업이 되고자 한다. 현재는 본사 중심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이 운영되지만, 가맹 사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운동성이 살아 있는 사업자협동조합을 만들고, 개별 가맹 사업체가 노동자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꿈꾼다.
외식 창업센터가 그 발판이다. 해피브릿지 직원 11명을 파견해 독립 법인으로 운영한다. 외식 창업센터는 올해까지 인큐베이팅 비용을 지원하며, 외식 창업을 위한 요리 학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현재는 청년 5명이 창업하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 맥줏집을 빌려 점심 뷔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 400만 원씩 모아 총 2000만 원을 출자해 임대식당을 운영하는데, 주 5일 동안 하루 예닐곱 시간 일하고, 하루 매출은 70만 원 정도이다.
해피브릿지는 단위 노동자협동조합으로서 머물지 않는다.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버텨 내는 힘을 기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적 안정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단위 협동조합들이 서로 협동하는 협동조합그룹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목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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