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여 동안 우리나라 중산층(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의 소득이 급격히 늘었지만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도 커져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중산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대로 중위소득의 50∼150%에 속하는 계층으로 정의됐다.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현재 전체 1천137만 가구 가운데 766만 가구로, 70.0%를 차지했다. 중산층 비중은 2005년 69.2%로 떨어지고서 줄곧 70% 선을 넘지 못하다가 9년 만에 70%대를 돌파했다.
비교 시점인 1990년의 중산층을 대표하는 특징은 4인 가구, 30대 후반 가구주, 고졸 가구주, 외벌이였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2014년의 특징은 3인 가구, 40대 후반 가구주, 대졸 가구주, 맞벌이로 변화했다.
가구 구성원 수는 줄고, 가구주의 나이와 학력은 높아지고, 소득원은 복수화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중산층의 월소득은 14년 새 다른 계층보다 더 큰 비율로 증가했다.
1990년 81만6천원이던 중산층의 월 명목소득은 2014년 390만5천원으로 4.8배 수준으로 뛰었다.
연평균 6.7%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에 저소득층의 월소득은 5.9%, 고소득층은 6.5%의 증가 폭을 보였다.
그러나 주거비, 교육비 부담이 더 커지고 여가, 의료·보건 소비가 위축되면서 중산층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평가됐다.
1990년∼2014년 중산층이 부담하는 전세보증금 증가 속도는 연평균 12.1%로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빨랐다.
가처분소득 대비 전세보증금 부담도 1.1배에서 3.2배로 가중됐다.
중산층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2년을 꼬박 모아야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산층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3.4%에서 2014년 17.0%로 3.6%포인트 늘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학원비 비중은 2000년 6.8%에서 2014년 10.2%로 늘어 소득 대비 비중과 증가 폭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고소득층(6.4%→8.6%)을 앞섰다.
반면에 오락·문화비 지출 비중은 1990년 5.9%에서 2014년 5.6%로 하락했다.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은 같은 기간 6.5%에서 변화가 없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월세 주택 공급 확대, 보증금 대출 여건 개선 등으로 중산층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요구된다"며 "공교육 정상화로 중산층의 교육비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녁이 있는 삶'과 '가정의 날'을 확대해 중산층이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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