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체성은 계속 조합원이었는데, 조합원이 아니었다고요?"
조상기(42) 조합원은 최근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네요. 프레시안협동조합 대의원에 출마하려고 했더니, 조합원이 아니었던 겁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조상기 조합원은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이던 시절부터 '프레시앙'이라는 후원회원이었습니다.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당시, 프레시안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후원회원이신데, 출자금을 조금 더 내시고 조합원이 되시지 않겠냐"는 전화였죠.
조상기 조합원은 "흔쾌히 동의했던 그 통화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의원 선거에 나서려고 하니, 현재 조합원 리스트에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거죠. 심지어 협동조합 전환 후 조합비를 한 차례 낸 기록도 남아 있었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진 겁니다. (감사하게도!) 다시, 조합원이 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프레시안과 인연을 맺은 지 5년이 훌쩍 넘는데, 뒤늦게 '새내기 아닌 새내기' 조합원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대의원 후보 등록에도 성공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조합원에서 '잘린' 조상기 조합원과 한 전화 인터뷰는 그 미안함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후원회원 '프레시앙'부터 두 번의 조합원 가입까지…"인터뷰가 이상해"
자기소개를 부탁했더니 첫 문장부터 무게가 남다르네요.
"공공 부문 노동자이면서, 지금은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입니다. 노동자의 권익과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상급 단체에 파견 나와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간부라는 얘기입니다. 독자들을 대신해, 물었습니다. '노동조합 간부는 무슨 일을 주로 하시나요?'
"글 쓰고, 노동조합 조직하고, 현안에 대해 고민도 하고, 협상도 하고 집회도 하고 그러죠."
조상기 조합원은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요즘 제일 큰 이슈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과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에 맞서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정책의 핵심 문제점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친절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박근혜 정부가 재벌과 자본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해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나 고용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요. 포장만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죠. 그 포장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거예요. 제일 큰 문제는 일반해고를 쉽게 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비정규직도 마구 늘리려고 하고요.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기존 노동자의 임금만 깎자고 하죠.
공공 부문에는 성과연봉제를 전면 확대하겠다네요. 동료들 간 협업을 깨트리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겠다는 거죠. 결국은 정부 지침을 잘 이행하고 수행하도록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봅니다. 성과연봉제가 되면 노조도 무력화되고 정부는 얻을 게 많죠."
그런데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기로 유명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탓도 있을 겁니다.
"국민의 90%가 노동조합 조합원이 아니니까요.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본인이 경험한 적도 없는 거죠. 현재의 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공공기관이나 대공장 위주잖아요. 쉽게 말해, 월급도 많이 받고 노동조건도 상대적으로 좋은 곳이죠. 사실은 노조를 만들어 싸웠기 때문에 그만큼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좋아진 것인데, 언론 등에서 '배부른 애들이 노조 한다'고 호도하니까 일반 국민들도 '노조는 귀족이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 아닐까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왜 꼭 필요한가요, 라고요. 조상기 조합원은 "인터뷰가 이상해" 하면서 웃었습니다.
"몸뚱이밖에 없잖아요. 일개 개인이 거대한 힘을 향해 뭔가를 요구하면 누가 들어주겠어요? 노동조합만이 합법적인 여러 권한으로 그들의 힘과 그나마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죠."
"실험에 벽돌 한 장 놓으려 대의원에 출마…일단 생존합시다, 우리!"
'몸뚱이밖에 없는' 인생들이 갑자기 처량해지려고 하네요. 너무 가라앉기 전에, 프레시안의 의도치 않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조합원이 된 이유를 빨리 들어봐야겠네요!
"사실 실험이잖아요. 그 실험에 벽돌 한 장을 놓고 싶었어요."
대의원 출마도 그 연장선에 있답니다.
"어차피 협동조합이 유지되고 운영되려면 조직과 체계가 필요하죠. 이왕이면 그냥 조합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대의원으로서 운영 등 프레시안협동조합이 자리 잡는 데 조그만 목소리라도 보태고 싶었어요."
아쉬운 점이 없을 순 없습니다. 언론 프레시안을 보는 독자로서도,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주인인 조합원으로서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일단, 언론 프레시안에서 느끼는 아쉬움을 물었습니다.
"그동안 프레시안의 고유 영역이 있었잖아요. 깊이랄까요? 지금도 그 강점이 없진 않지만, 예전보다 좀 줄어든 느낌은 있어요. 프레시안이 우리 사회 권력층의 본질을 조금 더 파헤쳐줬으면 좋겠어요."
조상기 조합원은 "정치는 사실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의 '표피'일 뿐인데 정치 관련 기사에 너무 보도의 양이 집중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정치도 중요하지만, 수면 아래서 돌아가는 문제를 폭로해내는 보도를 보고 싶다"네요.
조합원이 보는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어떨까요? 날카로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주식회사 시절과 협동조합이 된 뒤 바뀐 점이,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이나 조합원이 됐는데 달라진 점을 못 느낀다니, 인터뷰가 끝나도록 미안함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상기 조합원은 "최근에 대의원을 확대한다고 하니, 운영 면에서도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폭을 넓히는 기폭제가 될 것 같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바자회나 사회 봉사활동 등 조합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서 참여의 기회를 넓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함께요. 조상기 조합원이 남긴 마지막 말은 '일단 살아남자'였습니다.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프레시안이 생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조합원으로서 프레시안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둥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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