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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 물질 마시며 외출하는 서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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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 물질 마시며 외출하는 서울 시민

[죽음의 먼지, 대한민국을 덮치다 ④]

(☞관련 기사 : ① 미세 먼지, '괴물'이 실체를 드러내다, ② 오늘 1명이 또 '괴물'에게 먹혔습니다!, ③ 임신 중 담배 끊어봤자…아토피와 쪼그라든 폐!)

2015년 3월 23일, 프랑스 파리

아침이 밝았지만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잿빛으로 흐릿했다. 며칠째 계속된 스모그 탓이다. <르몽드>가 "꽉 막힌 방에서 어른 8명이 동시에 담배를 피우는 셈"이라고 묘사한 바로 그 대기오염이다.

평소보다 더 많은 교통경찰이 여기저기 서 있다. 본격적인 월요일 출근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한 차량 2부제 단속에 일부 운전자가 반발한 탓이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하루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제외하곤 끝자리가 홀수 차량에 한해 주행을 허락했다. 시내를 통과할 때 최대 속도도 시간당 20킬로미터로 제한했다.

이날의 차량 제한 조치는 23일의 대기오염을 걱정한 파리시의 요청을 정부와 경찰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차량 제한 조치를 요청했던 앤 히달고 파리 시장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며칠 동안 계속된 요구에 정부가 23일 교통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파리시의 이런 차량 제한 조치는 1년 만이다. 2014년 3월 17일에도 (그날도 월요일이었다) 며칠째 계속된 높은 미세 먼지를 이유로 홀수 차량 운행을 강제했다. 다만 당시는 일주일간 미세 먼지의 농도가 기준치를 2배를 넘는 180마이크로그램에 이르렀다. 하지만 23일의 차량 제한 조치는 달랐다.

프랑스 수도권 대기오염 감시 기구 '에어파리프(Airparif)'가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발표한 파리시의 미세 먼지(PM10) 농도는 1제곱미터당 76마이크로그램. 기준치 80마이크로그램에 못 미치는 수치지만 차량 제한 조치가 예정대로 강행된 것이다. 시민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대기오염, 특히 미세 먼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Greenpeace

같은 시간, 서울은 달랐다

파리의 차량 운행 제한이 결정된 3월 21일, 한국은 황사가 덮쳤다.

어김없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PM2.5)의 농도도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5시, 결국 서울에서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그 시각 서울시 마포구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1세제곱미터당 125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아 기준치(시간당 평균 120마이크로그램)를 웃돌았다. 서울시 전체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82마이크로그램.

날씨가 비교적 포근했던 주말 오후 서울 시내 곳곳에는 황사 바람을 무릅쓰고 외출을 한 이들이 많았다. 가끔씩 면 마스크를 쓴 이들이 보였지만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를 부분적으로 차단하는 방진 마스크를 쓴 이들은 거의 없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먼지가 서울 시민 몸속 깊이 파고들었다.

초미세 먼지의 습격은 다음날까지 계속되었다. 서울시는 3월 22일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초미세 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80마이크로그램을 밑돈다"며 초미세 먼지 주의보를 21시간 만에 해제했다. 그 동안 서울시가 유일하게 한 일은 미세 먼지 주의보를 발령했을 때, 미리 알림 서비스를 신청한 약 2만 명(2015년 3월 말 기준)의 시민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

"초미세 먼지 주의보 발령 / 실외 활동 및 자동차 운행 자제 요함."

(서울시는 자치구에서 따로 보내는 문자 발송까지 포함하면 총 20만 명은 되리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전체 인구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040만 명에 달한다. 20만 명은 1040만 명의 2%도 안 된다.)

ⓒGreenpeace

세계보건기구 "미세 먼지는 1급 발암 물질"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 먼지(Particulate Matter)와 대기오염(outdoor air pollution)을 각각 1급 발암물질로 결정했다. 미세 먼지와 같은 그룹(Group I)에 속한 발암물질은 석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자외선, 담배연기 등이다.

파리시가 차량 운행 제한을 한창 하던 시점(21일 오전 9시)의 미세 먼지 농도는 1제곱미터당 78마이크로그램이었다. 3월 26일 오후 4시 현재, 서울시 종로구의 미세 먼지(PM10) 농도는 1제곱미터당 63마이크로그램, 서초구의 미세 먼지 농도는 72마이크로그램. 같은 시간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는 이렇게 권장하고 있다.

"외출 등 실외 활동에 지장 없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1급 발암물질을 들이마시며 거리를 활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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