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김경준 씨 측이 제기한 '한글 이면계약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일보>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BBK의 대주주였던 홍종국 씨는 최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홍 씨는 검찰에서 "1999년 9월 BBK에 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절반의 지분을 김경준 씨에게 판 뒤 2000년 2월28일 이후 나머지 지분도 김 씨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한글 이면계약서에는 "이명박이 BBK 지분 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면 계약서의 작성시점(2000년 2월21일)에는 홍 씨가 BBK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것이 돼 김경준 씨와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홍 씨는 이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BBK와) 이명박 후보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이 후보가 BBK를 소유하려면 우리 지분부터 샀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홍 씨는 "(BBK에 투자한 30억 원은) 당시 내가 대표로 있던 e캐피탈의 대주주 이덕훈 흥농종묘 전 회장의 돈"이라면서 "김경준의 투자권유에 따라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조사와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 지난 29일 오후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다.
"그것 봐라" vs "조사발표 지연술책 아니냐"
한나라당은 한껏 고무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오늘 중앙일보에 대서특필된 것은 우리가 시종일관 주장했던 게 아니냐"면서 "BBK 사건은 김경준과 그 가족들이 저지른 하나의 사기극이고 위조사범들의 범죄행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그 동안 언론이 범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우리가 피해를 봤다"면서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는) 검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기자가 취재한 것이기에 검찰에서의 검증 절차를 거친 것이지 참고인들이 일방적인 진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무관함, 결백함을 주장하는 많은 증거가 있지만 오늘 하나가 보도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일부 언론이 문제"라면서 "일부 언론과 방송이 범인들과 가족들,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진술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이 사실을 잘못 인식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사람(홍종국 씨)과 이명박 후보,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잘 모르겠다"면서 "그러나 나는 이것이 검찰의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술책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검찰은 이명박 후보를 소환조사하고, 김경준과 대질 심문을 마친 뒤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명박 후보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비상 의원총회를 연 뒤 곧바로 대검찰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날 신당 의원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대검을 방문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어 김경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방송한 MBC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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