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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이 변희재에게 "내가 해봐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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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철이 변희재에게 "내가 해봐서 아는데…"

[치맥 토크] ① 정동영의 관악을 도전은 왜 실패했나?

4.29재보궐선거 투표 마감 시간을 30여 분 앞두고, 프레시안 편집국에 '치맥(치킨+맥주)'이 배달됐다. 이때만 해도 세 시간여 뒤 '닭 다리 잡고 삐악삐악'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

'새줌마'의 요리는 이번에도 훌륭했으며, '새정치'는 또 군불만 지피다 끝났다. '천정배 표 파닭'이 호남을 사로잡은 반면, '정동영 표 맥주'는 일찌감치 김이 샜다.

'치맥 토크'는 지난 3월 선보인 '냉면 토크'의 두 번째 버전으로,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와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 그리고 프레시안 전홍기혜·임경구·여정민·이명선 기자가 함께했다. 특히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가 밤늦게 합류, 우리의 밤을 낮보다 아름답게 했다.

'잘 생겼다' 얘기 듣는 여당 vs '문재인 찍사'된 야당


김종철 전 부대표는 개표 전부터 '3(새누리당) : 0(새정치민주연합) : 1(무소속)'을 예상했다. 그는 지난 3월 '냉면 토크'에서 오신환 승(勝), 정동영 패(敗)를 점쳤다. '5비5락(五飛五落)'으로 선거를 좀 해봐서 아는 '동네 형'의 감(感)이란…. 다만, 정동영 후보가 20.26퍼센트(%) 득표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3위를 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네 형은 "결국 틀렸다".(☞ 관련 기사 : "대권후보 김무성? '무성'의한 한국정치!")

김종철 : 관악을 옆 동네인 '동작을 지킴이'가 지켜본 결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 대해서는 '잘 생겼다'는 반응이었다. 무소속(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런데 정태호 후보를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새정치연합에서 누가 나온 것 같은데?' 정도였다. 그마저도 아닌 경우는 문재인 대표에 대해 얘기했다.

프레시안 : 오신환 후보와 그의 아버지 오유근 씨 모두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김종철 :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오신환 33.9%-정동영 29.8%-정태호 28.1%' 순이었다(MBN과 리얼미터가 4월 22일 해당 지역 유권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선 임의전화 걸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은 ±4.4%p). 여론조사 추이를 보건대, 유권자들이 선거 마지막에 정동영 후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레시안 : 하지만 현장 민심은 달랐다. 4.29재보선 전날, 관악을을 취재했는데 거리나 상가에서 '정동영을 지지한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이 없었다. 말한 것처럼, 정태호 후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표 이야기를 하고.

취재 기자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선거유세단을 만난 한 젊은 남녀가 문재인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며 자신들의 휴대폰을 정태호 후보에게 맡겼다고 하더라. 물론 지역 유권자가 아니라 지나가는 시민일 수 있지만, 이건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존재감 문제다. (☞ 관련 기사 : 27년 '야권 불패' 관악을…"심판하자" 누구를?)

'치맥 토커' 전원 : (한숨과 함께) 아!

▲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김종철
: 진보 입장에서 정동영 후보가 당선됐다면 골치 아팠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가 비(非)새정치연합과 호남 패권 정당으로 자리 잡는다면, 개인적으로 그와 진보정당을 같이 하기는 힘들다. 그는 3월 출마 선언 당시 "한 달 뒤 재보선 결과가 빈손이라면 대안 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선거판에 몸을) 던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동영 후보를 도운 김희철 전 국회의원과 이행자 서울시의원만 봐도 '그가 누구와 어떤 정치를 하려는 것인가?'가 드러났다.(☞ 관련 기사 : 정동영, '저울질' 끝 관악을 출마 결심 이유는…)

조성주 : 그렇다. 이행자 시의원(관악3)의 정동영 지지 선언은 충격이었다. 서울시 노동전문관으로 있을 때 이행자 의원이 관악구 노점상 철거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민원이 쇄도했다. 공무원 사이에서도 평가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이다. 국민모임 내부에서도 불만을 터트렸지만, 정동영 후보가 '내가 콘트롤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행자 시의원은 관악구의원 출신의 재선으로, 아버지도 시의원을 지냈다. 정동영 후보에게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프레시안 : 비새정치연합 또는 반새정치연합 사람을 끌어안는 방식은 앞서 안철수 의원이 시도했다. 당시 안 의원은 '새정치'라는 자기 아젠다가 있었지만, 정동영 후보는 '안티테제(Antithese)'밖에 없다. 정동영 후보가 당선됐어도, 국민모임이 민주노동당 이후 막히다시피 한 진보정당의 활로를 열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조성주 : 이번 선거는 약간 이상하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재보선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회와 괴리되어 있는 것 같다. 선거판은 해당 지역 경제 살리기와 정권 심판 및 야권 재편을 말하지만,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 1주기와 정부 시행령 반대를 이슈로 매주 광화문광장에 모이고 있다.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에는 선거와 사회가 '따로국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다.

프레시안 : 그럼,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얘기할 필요가 없네. 괴리된 이상한 선거인데….(웃음) 사실 4.29재보선은 이렇게 커질 필요가 없는, 그저 보통의 선거였다. 그런데 정동영·천정배의 탈당과 출마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선거판이 세상 이슈와 무관하게 이질적으로 흘렀다.

김종철 : 특히 과거 대선후보였던 '정동영'과 현재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이 붙는 모양새가 되면서 관악을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야권에서 누가 나오던 새누리당은 고정 지지층을 기반으로 표밭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선거였을 것이다.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야권연대)는 지지율 38.24%로 관악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33.28%를 얻어, 이 지역 18대 의원이었던 무소속 김희철 후보(28.47%)를 제쳤다. 3년여 뒤 치러진 4.29재보선에서 오신환 후보는 43.89%를 득표해 당선됐다. 총선과 재보선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득표수는 큰 변화가 없다. 19대 총선에서 3만7559표를, 4.29재보선에서는 3만3913표를 얻었다. 편집자)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등 굉장히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4.29재보선 판세를 이미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승패와 상관없이 '문재인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진 선거였을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성완종 리스트'를 문제 삼아 청와대를 탓하면 되고, 이기면 이긴 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엮어 '문재인 체제'를 흔드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박근혜, 문재인 겨냥…"성완종 사면" 수사 지시)

김종철 : 이번 선거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새누리당이 그래도 수구를 관리하는구나'와 '새정치연합 역시 자기 지지율은 챙기는구나'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 4.29재보선에서 경제 프레임든 정치 프레임이든 유권자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후보들 역시 각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교훈이 있다면, '보수는 정말 세다'라는 것?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 등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승리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다.

김종철 : 무엇보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제3정당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필 수 있는 선거였다. 야권의 오랜 텃밭인 관악을에서 20%에 해당하는 지지가 나왔다는 것, 또는 진보진영의 핵심 지역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지지가 나왔다는 것은 새정치연합 심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 ⓒ프레시안(최형락)

김종철이 변희재에게 "내가 해봐서 아는데…"


선거 좀 치러본 동네 형의 촉(觸)은 남달랐다. 무소속 변희재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0.74%(578표)로, 김종철 전 부대표는 0.8%를 예상했다. 변희재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좌파 빨갱이 친노 퇴출"을 주장하며, "오른쪽에서 나를 지원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있으나 마나다"라고 외쳤다. '애국 투사'에게 김종철 전 부대표가 전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선거가 만만하지 않죠?"

김종철 : 변희재 후보의 명함을 검색해봤다. 선거에 출마해 본 경험상, 명함을 보면 느낌이 온다. 그런데 특색이 없더라. 정치적으로 신인일 뿐이지, 이미 제도 정치권에 자리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는 식이다. 표를 관리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조성주 : 변희재 후보 득표율은 정치 분석이 아니라, 사회 분석(사회지표)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파시즘 정당이 가능한가?'의 측면에서 '나치가 한국에 당을 만들면 몇 명이나 가입할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세월호 동조 단식을 비난하며 광화문광장에서 폭식 투쟁을 했다. 당시 한국 파시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얘기가 나왔다.

김종철 : 일단 파시즘이 가능하려면, 변희재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히틀러 체제에서는 나치가 거리로 나와 공산당원과 싸움을 하다가도 '알고 보면 우리 같은 편 아닌가. 세상 한 번 뒤집어 보자'라며 친해졌다. 실제로, 공산당원 상당수가 나치로 넘어갔다.

만약 우리나라가 넓고 연방으로 나뉘어 있으면, 타 지방이나 세력 간 대항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 또한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큰 나라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기 힘든 반면, 작은 나라에서는 폭동이 발생해도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조성주 :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할 때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사회 부적응자가 된 청년들을 주로 만났다. 한 조합원이 말하길, '청년유니온을 만나지 않았다면, 일베 회원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조합원도 '사실 나도 그래'라고 하더라. 분노와 증오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 말에 약간 섬뜩했다. 일본의 우익처럼 일베에 '루저(패자)'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은 크다.

프레시안 : 일베를 파시즘의 전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을 극우화하는 유인책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루저들의 위기의식'이라는 면에 상당히 동감한다. 사회적 분노와 울분이 가득한 20대 비정규직은 새누리당과 나를 동일시할 수 없다. '올바른 척하는' 진보 또한 싫다. 그래서 '나는 누구를,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해?'라고 할 때 이들을 끌어안은 게 변희재 후보나 일베다. 일베가 가시화된 것은 무엇보다 보수 정권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아베 정권에 의해 우익들이 동원되는 모양새다.

조성주 : 청년유니온 당시 경험으로 봤을 때 일베의 세력화는 사회적으로는 위험 신호다. 변희재 후보와 일베 등 극우화에 대해 진보도 '왜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2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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