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KBS와 MBC의 대선후보 '빅3' 초청 토론회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이 지지율을 기준으로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에 반발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측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기 때문.
이명박 후보 측은 내심 흐뭇해 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TV 토론 외에는 불참을 검토했던 마당에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 때문에 무산된 것은 전혀 아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7일 오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사실상 (1일과 2일) 토론회는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방송국 측으로부터 토론요청을 통보받은 적은 있지만 약속을 한 적은 없고, 후보자 간 합의도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애초부터 확정된 일정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명박 후보로서는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 대변인은 "우리 측의 잘못으로 토론회가 무산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나 대변인은 "방송사 측에서 3~4일 경 다시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후보는 언제든 토론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한 '토론 기피증', 전여옥 "야당의 전사들이…"
"이명박 후보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해명이지만, 사실 이 후보 진영의 'TV 토론 기피증'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후보 본인뿐 아니라 측근들도 최근에는 "BBK 관련 토론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두 차례의 TV 토론을 거부하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 측의 김현미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997년 대선에서는 40여 차례, 2002년에는 80여 차례나 TV 토론회가 열렸었다"면서 "이명박 후보 측에선 이번 일이 반가울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그 만큼 정확한 비교와 선택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일도 이명박 후보와 완전히 무관한 게 아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그 동안 충실하게 TV 토론에 응해 왔다면 다른 후보들이 이렇게 반발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비난은 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경선 과정 전격적으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전여옥 의원은 이날 오후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 일요일 '심야토론'을 보다 한 마디로 경악했다"면서 "다른 당에서는 다 나왔는데 한나라당에서는 불참했더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함께 TV를 보던 남편도 '지지율 1위 후보가 있는 당에서 안 나오면 어떡해'라며 답답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면서 "나 역시 너무도 기가 막혔다"고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기호 2번인 야당"이라면서 "야당의 전사들은 폭풍우 속에서 상처를 입으며 젖을 먹던 힘까지 다해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관위 추최 토론회…6일부터 '스타트'
한편 중앙 선관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통해 대선후보 토론회 대상자를 7명으로 확정짓고 다음 달 6일 첫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선관위 주최의 토론회는 모두 KBS와 MBC를 통해 생중계된다.
초청대상은 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노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중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7명이다.
6일 토론회는 정치·외교·안보분야를, 11일에는 사회·교육·문화·여성, 16일 토론회는 경제·노동·복지·과학 분야를 각각 주제로 열리게 된다.
선관위는 토론회 참석대상에서 제외된 정근모, 허경영, 전관, 금민, 이수성 후보 등 5명에게는 오는 13일 밤 따로 한 차례의 토론회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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