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역 유세를 시작으로 KTX를 이용해 각 지역 유세를 모두 소화한 뒤 비행기로 상경하는 강행군 코스다. 그 동안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해 온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들까지 모두 유세장에 세우는 등 대규모 '물량공세'를 아끼지 않았다.
"정통 한나라당의 정통 후보는 나"
이 후보가 첫날 유세에서 강조한 두 가지 키워드는 '경제'와 '정통성'. 연일 '이명박 때리기' 공세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정동영, 이회창 후보 진영을 의식해 자신의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는 동시에 보수세력의 '적자'임을 강조한 것.
서울역 유세에서 이 후보는 "정통야당, 정통정당인 한나라당의 정통후보가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땅에 힘없고, 돈 없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희망을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서울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에 정권교체의 불길이 솟아오르게 만들자"면서 "그러면 저는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나는 말로 남을 음해하거나, 공작하지 않는다. 오직 일로써 국민에게 심판을 받겠다"면서 "경제 하나만은 틀림없이 살려서 이 나라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유세에서 이 후보는 "여러분 약속하십니까", "여러분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라고 거듭 반문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서울 유세에서는 청계천 상인연합회의 정석연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왔다. 정 회장은 "청계천 논란 때 서울시청을 폭파하고 이명박을 죽이겠다며 가스통을 들고 나섰던 게 바로 나"라면서 "그러나 이 후보는 상인들에게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약속대로 경제를 꼭 살려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에 이 후보는 "나는 저 사람을 꿈에도 보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 분이 이렇게 변했다. 이 분들의 소망을 꼭 이루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정 회장을 끌어안기도 했다.
대규모 물량공세…연예인·운동선수 지원부대 '총출동'
노타이에 검은색 코트, 캐주얼화, 푸른 색 목도리 차림으로 첫날 유세일정에 나선 이 후보도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이 후보는 유세차량 위에서 자신의 기호 2번을 의미하는 '브이' 자를 그리면서 간단한 율동을 선보였고, 서울 유세에서는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돼 온 강행군 속에서 목을 혹사했던 이 후보는 유세 중간중간 말을 멈추고 기침을 하는 등 피로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유세에는 탤런트 유인촌 씨가 각 지역 행사의 사회를 도맡았다. 서울역 유세에서는 최근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뒈지게 맞아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백일섭 씨를 비롯해 이정길, 이상용, 김한국, 김영배 씨 등 인기 연예인들이 총출동했다.
복싱선수 출신 장정구 씨, 탁구의 유남규·현정화 씨, 유도 금메달리스트 임원희 선수 등도 모습을 보였다.
"어머, 이명박이네"…"뭐 한다고 출근시간에"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각역에서 직접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 유세장으로 이동했다.
조해진 특보는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지하철을 애용하면서 시민들의 애로사항, 희망사항을 직접 듣곤 했다"면서 "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경제가 어려우니 서민들이 잘 살게 해 달라"는 주문을 곁들였고, "어머, 이명박이네"라며 핸드폰과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 취재진들이 뒤엉키면서 혼란을 빚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시민은 "뭐 한다고 출근시간에 나타나서…"라며 혀를 찼다.
이 후보 측 송태영 언론특보가 뒤늦게 "풀 취재로 진행하자"면서 취재진들에 대한 '통제'를 시도했지만, 일부 기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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