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차관회의를 열어 해양수산부가 올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통과시켰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조사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해온 시행령의 강행 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인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유가족들은 이날 거듭 '시행령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거리 농성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모임인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차관회의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의 시행령 수정안은 여전히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독립성 등을 훼손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전날 발표한 시행령 수정안에서 특조위에 파견하는 공무원을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에서 '행정지원실장'과 '기획행정담당관'으로 바꾸고 일부 업무 범위를 조정했지만, 유족들은 "정부 공무원을 파견해 특조위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해양수산부는 수정안을 발표하며 특조위와 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면서 "겨우 단어 몇 개 바꾸면서 마치 특조위와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거짓을 늘어놓는 철면피 해양수산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던 유기준 장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우리의 의견을 받아 즉각 시행령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정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하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있어야 어떤 결론이 나와도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영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도 "오늘 차관회의에서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면 더 이상 이 정부를 국민을 위한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강행 처리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시행령 수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 위해 차관회의가 끝날 때까지 정부청사 앞에서 기다렸지만, 정부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의견서조차 전달하지 못한 채 청사 앞 인도에서 침묵 농성을 이어갔다.
"임명권자 만나겠다는데"…'장관급' 특조위원장까지 가로막은 경찰
지난 2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다가 청와대 앞에서 경찰에 가로 막혀 길거리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정부조직상 장관급 공무원인 이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정작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만나지 못했다.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나흘째 농성을 이어온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께 특조위원들과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로 향했지만, 경찰이 인도까지 모두 가로막으면서 면담 신청서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경찰이 주변을 모두 에워쌈에 따라 이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은 청운동주민센터 앞 인도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후 5시30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수정안을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간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차관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며, 내달 4일 국무회의에 부쳐 시행령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차관회의에 앞서 해수부는 '문구만 살짝 바꾼 말장난에 불과한 시행령 수정안 주장에 대한 해수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4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특조위는 무분별한 비판 대신 특조위 본연의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특조위를 정면 비판했다.
정부의 예고대로 이날 차관회의에서 시행령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희생자 유족들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노동절인 1일과 다음날인 2일에 걸쳐 대규모 철야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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