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측근 제출자료도 '김경준이 위조'?
이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의 진위여부는 BBK와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의 수사 역시 이 부분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한글 이면계약서의 내용이 처음 공개된 뒤 계속 말을 바꿔왔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인 홍준표의원은 23일 "이면계약서의 도장은 이명박 후보의 인감이 아닌 위조된 막도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후보 측은 한글 이면계약서가 작성된 시점(2000년 2월21일) 직전 작성된 'LKe뱅크 정관'에 명시된 이 후보의 인감을 공개하며 "두 인감은 육안으로 봐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지난 2000년 4월24일 인감신고서에 기재된 이 후보의 새로운 인감도장도 공개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는 기존의 인감을 분실한 뒤 새로운 인감을 신고해 사용해 왔다"면서 "새로운 인감도 이면계약서의 인감과 크기나 글씨 모양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곧바로 2000년 6월14일 금감위에 제출한 'e뱅크증권중개 예비설립허가 신청서'에 있는 이 후보의 도장이 김경준 씨 측이 제기한 '이면계약서'에 있는 도장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이를 공개하면서 "이면계약서의 도장은 인감이 아닌 이 후보의 개인도장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신청서는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 씨가 제출한 것이고, 신청인도 김백준으로 돼 있다. 또 이 신청서에는 이 후보의 도장뿐만 아니라 그의 친형 상은 씨의 도장도 찍혀 있다.
논란이 일자 박형준 대변인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면계약서 도장은) 사업상 서류제출을 할 때 쓰도록 LKe뱅크에 맡겨져 있던 도장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는 "위조된 막도장"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해명에 비해선 수위가 한참 낮아진 것이다.
파문이 커지면서 박 대변인은 "본인이 하지 않는 말을 인용해 보도한 잘못된 보도"라고 언론 보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애매모호한 해명'은 계속됐다. 홍준표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금감위에 제출된 자료(의 도장)는 지난 2000년 4월24일 이후 이명박 후보의 (새로운) 인감을 보고 만든 도장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 씨가 금감위에 제출한 자료의 인감마저 김경준 씨가 위조했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그러나 금감위에 문서를 제출한 것은 김백준 씨가 아니냐"는 질문에 "실무는 김백준과 김경준 두 사람이 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으로 얼버무렸다.
'이상은 씨의 도장도 김경준이 관리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난 모른다. 이상은에게 물어 보라"고 피했다. '금감원의 도장과 이면계약서의 도장은 같은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홍 의원은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합디다"고만 답했다. 그는 "그것은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고도 했다.
급기야 '해명 중단' 선언
납득할만한 제대로 된 해명은 나오지 않은 셈인데도 한나라당은 "BBK 진실공방의 중단을 선언한다"며 입을 닫았다.
홍 의원은 이날 "정치적 공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위조와 사기 전문가들인 이들(김경준 씨 측)이 또 다른 문건을 들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에 개의치 않겠다"면서 "대꾸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더 이상 공방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에서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는데, 주장에 대해 맞느냐, 틀리냐를 두고 공방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허위폭로에 대해서는 즉각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진실공방이 아니라,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글 이면계약서에 명시된 도장의 진위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이어진 질문에 대해 홍 의원은 "이만 합시다"면서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홍 의원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기자들에게 "시끄럽다"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