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시기에 이뤄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특별사면 조치에 대해 "(범죄) 단초가 발견된다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 전 회장의 특사가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요즘 범죄가 다양하지 않나. 금품이 오간 예를 들었는데 그것 말고도 여러 범죄가 있다"면서 "그런 단초가 발견된다면 살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원론적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단 황 장관은 "그런 단초가 발견되지 않으면 수사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본류는 리스트에 거명된 8명에 대한 것 아니냐'며 이들 8명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을 간접 촉구한 데 대해서는 "8명이 거명돼서 수사가 시작된 것은 맞지만, 저희가 비리를 수사함에 있어 누구에 국한된다는 단서를 달 수는 없다. 비리 전반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즉 이날 황 장관의 말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특사가 금품 수수에 대한 대가성이 아닐지라도 다른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폭넓게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정부·여당 실세 8명 외의 다른 정치권 인사들로도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성완종 씨의 연이은 사면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를 훼손하고 나라 경제를 어지럽히며 오늘과 같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날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다.
또 비리 수사를 '성완종 리스트' 8명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전날 박 대통령이 "부패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용납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반드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비리·부패 척결을 해서 새로운 정치 개혁을 이뤄 나갈 것"이라며 "부패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의 전날 메시지가 검찰 수사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내린 게 아니냐고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황 장관이 이같이 말한 것이어서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신'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해야 된다고 특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검찰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그런 부분이 좀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고 가장 중요한 당사자 두 분(노무현 전 대통령과 성 전 회장)이 이 세상에 안 계신다"며 "저는 그래서 과연 이것이 밝혀질 수 있을지 좀 회의적"이라고 검찰 수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이 교수는 "현 단계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서 사과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야당의 '사과' 요구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박 대통령 메시지는 선거 중립 위반'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를 지원했다고 보기는 조금 지나친 것 같다"며 "다만 대통령 발언의 부정부패에 대한 언급이 너무 일반론이다. 이것이 여권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자기 성찰 같은 게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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