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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도 내 동생으로"…그리움으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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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도 내 동생으로"…그리움으로 쓴 편지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들 '스케치북 편지', 영상으로 제작

"집이 너무 허전하다. 너무 보고싶고 사랑해." -2학년9반 조은정 오빠
"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그 '1'이라는 숫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2학년10반 이단비 동생
"언니는 어제가 4월16일인 것처럼 살고 있어." -2학년1반 박성빈 언니

"너를 생각하면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널 생각하며 잘 버틸게.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사랑해." -2학년2반 허다윤 언니

그리움을, 또 미안함을 스케치북에 눌러 썼다. 17년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잃은 이들, 그러면서도 자식 잃은 부모님 앞에 슬픈 내색조차 하기 힘들었던 이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희생자들의 형제·자매들 얘기다.

부모님의 삭발 현장을 보면서도 뒤에서 숨죽여 울어야 했던 이들이, 먼저 간 형제·자매를 향해, 귀 닫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희생자 형제·자매 52명이 지난 1년 동안 눌러온 그리움을 스케치북 위에 편지로 썼다. 이들의 편지를 모아,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선 '너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의 피켓 퍼포먼스가 열렸다. 편지의 수취인인 '너'는 인사할 새도 없이 떠난 형제자매, 그리고 세월호를 잊어가는 사람들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고(故) 최윤민 학생의 언니 최윤아(24) 씨가 이 편지를 바탕으로 만든 동영상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최윤아 씨 인터뷰 : "세상 밑바닥 본 1년…아직 손 내밀고 있어요")


영상 속 편지의 수취인은 여러 명이지만, 결국 하나다. 30명의 편지가 하나로 이어져 한 편의 편지글이 됐다.


영상은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영상 속 형제·자매를 향한 편지들은 닿을 곳이 없지만, 세상을 향해 쓴 두 번째 편지는 수취인을 찾기를 희망한다.


너에게 보내는 편지 <1> -내 형제자매에게

"차디찬 그 어두운 바다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너

아직 해보지 못한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진짜 많았을 텐데

우리...이제 좀 안 싸우고 서로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그런 너를 빼앗긴 거 같아서 너무 화가나.

너와 함께 하던 모든 걸, 이제는 혼자 하고 있어. 지금 너무 힘들지만, 너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어제가 4월16일인 것처럼 살고 있어.

옆에 있을 때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잘 못해줘서 미안해.

못난 우리를 용서해줘 .

너희들의 눈물이 별이 되는 그 날까지싸워서

진실을 밝혀줄게. 나중에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다음 생에도 우리 형제자매로 태어나줘.

2015년은 거기서 더 잘 지내줘.

아직 나오지 못한 너희의 친구들을 가족이 많이 기다려.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줘.

마지막으로 우린 널 사랑했고, 지금은 더 많이 사랑해. 언제나. 언제까지나."

너에게 보내는 편지 <2> -세상에게

"우리 동생들이 왜 저희 곁은 떠나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다섯 살 배기 아들이 삼촌 어디갔냐고, 왜 죽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저희는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이렇게 잊혀져 가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만 하라고, 지겹다고…한 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주세요.

그만 하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습니다.

진실에 침묵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세월호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이냐 비양심이냐의 문제입니다.

노란색은 정치적 색이 아니라, 기다림의 의미이고

저희는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살아나온 아이들과 형제를 잃은 우리들의 목숨은 지켜주세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주세요.

아직도 나오지 못한 학생과 일반인들을 위해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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