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영리병원에 국내 성형외과가 우회적으로 들어서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녹지병원은 외국 영리병원이 아니라 국내 개인 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해 국내 영리병원을 세우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도는 중국의 녹지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대해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 설립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계획이 승인되면, 국내에 최초로 영리병원이 도입된다.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 전문 국영 기업으로, 제주도 '헬스케어타운' 안에 50억 원을 투자해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가 있는 47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을 세우려고 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이라 병원 운영 경험이 전무한 녹지그룹은 병원 운영과 홍보 등을 중국 내 18개 미용 성형병원 투자 모회사인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 유한공사(BBC)'와 일본계 미용성형클리닉 운영관리회사인 주식회사 'IDEA'에 맡길 계획이다.
문제는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 유한공사(BBC)'가 투자한 최대 규모의 병원이 B성형외과 ㅎ 전 원장이 운영하는 'S 성형 영리병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제주일보>와 <한라일보> 등은 지난해 7월 21일과 22일 "S병원은 녹지(뤼디)그룹과 합작으로 제주 헬스케어타운 내 항노화 전문병원의 설계에서 운영까지를 전담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토대로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녹지병원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S병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S병원 영향력 행사 못해…전부 국내 의료진으로 공개 채용할 것"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국내 법인이나 의료기관이 외국에 투자한 법인에서 녹지병원에 투자해야 우회 투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국내 의료기관에서 BBC에 투자했다면 출자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했겠지만, BBC가 S병원에 투자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병원 사업계획서에 'S병원'이라는 말은 등장하지도 않고, 계획서상 의료진은 성형외과, 피부과, 마취과, 가정의학과, 내과 의사 등 9명을 전부 국내 의료진으로 공개 채용하겠다고 돼 있다"고 부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제주도법령상 외국인 출자 총액이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녹지그룹이 90% 이상 출자했기에 문제는 없다"면서 "제주도가 기초 조사를 했지만, 전혀 그런(국내 병원 측이 운영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더라"고 말했다.
원희룡 측근, 중국 S병원 개원식 참석
그러나 원희룡 지사의 측근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직후인 7월 18일 '한국의료기관 중국 진출 지원'을 위해 S병원의 전신 병원 개원식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작성한 출장 보고서를 보면, 이 자리에는 이기재 제주도청 서울본부장과 원희룡 선거캠프 출신인 이재홍 제주도청 관광공사본부장, 정호원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황민강 녹지국제병원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최측근이 S병원 개원식과 녹지그룹 방문에 참여했던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 지사가 알고도 영리병원 승인을 추진했다면 책임져야 하고, 몰랐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파악하고 영리병원 설립 승인 요청서 제출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발언록 "우회적인 국내 영리병원, 엄격한 심사로 걸러낼 것"
이와 관련,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전체회의 임시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내법인이 외국인을 내세워서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에 접근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전부 반려시키면서 보완했다"며 "혹시 우회적으로 국내 영리병원을 외국 병원을 이용해서 탈법적으로 다리를 걸치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걸러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앞서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선된 바 있지만, 당선 이후에는 영리병원 승인을 추진했다.
한편, <프레시안>은 S병원 ㅎ 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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