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측이 BBK와 관련한 '한글 이면 계약서' 존재를 이미 확인했다는 주장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제기됐다.
이 후보 측은 '그런 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이지만 오는 23일 귀국할 김경준 씨의 모친이 '내가 계약서를 들고 간다'고 예고해 이에 대한 진실공방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보고받고 당황…'오리발' 내밀기로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김경준 씨의 부인인) 이보라 씨의 기자회견 전날(20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포함한 측근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면서 "그 자리 참석한 이 후보 측 사람이 한글 이면계약서가 있음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BBK의 주식을 보유했다'는 것이 한나라당 내에서도 주지의 사실이란 주장이다.
그 동안 김경준 씨 측은 이면계약서는 모두 4종으로 1종은 한글, 나머지는 영어로 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에리카 김도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이 중 한글계약서에는 '이명박 씨가 소유하고 있는 BBK주식'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었다.
정 의원은 "당황한 측근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모르는 일이다', '오리발을 내밀자'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뱃지를 달고 있으면 양심적으로 진실을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했고 오히려 정 의원은 "여기 계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측근이 아니어서 그 자리에 없었을 뿐"이라면서 "공당의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거짓말, 광란의 춤판을 걷어 치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봉주 의원은 이날 본회의 직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자세한 경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는 한나라당으로부터 확인한 정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그는 '정보의 출처와 정두언 의원 외에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의 명단을 밝힐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요즘 저쪽에서 정보가 많이 넘어온다"
회의 참석자로 지목된 정두언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나경원 대변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면서 "게다가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BBK 대책회의'의 멤버도 아니다"고만 답했다.
한편 BBK 저격수로 꼽히는 신당의 또 다른 의원은 "요즘 저 쪽(한나라당에서) 정보가 많이 넘어온다"면서 "저 쪽 가운데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은근히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박형준 대변인도 이날 오후 BBK회장 명함 파문을 해명하면서 "6월 경선 당시에 박근혜 캠프에서 BBK 명함을 공개했을 때도 명함위에 그와 같은 필체가 씌어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대사가 공개한 명함이 그 명함 아닌 가 의심이 든다"며 "이장춘 대사가 경선 때 박근혜 측 사람 아니었나"고 말했다.
BBK 의혹의 확산된 여파로 잠시 봉합되는 듯 보였던 박근혜 계와의 내홍이 재연될 조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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